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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장예솔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한은태의 뒤로 숨었다. 나는 그들의 비겁함에 역겨움을 느꼈다. 내 심장은 아픔으로 가득 찼지만,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한은태는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내가 '미쳐버린' 아내로 보일 뿐이었다. 그는 장예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청하야, 진정해. 잠깐 방에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어."
나는 그를 비웃었다. 방? 내가 쉬어야 할 곳은 더 이상 여기였다. 나와 내 공간을 더럽힌 그들이 사라져야 할 곳이었다.
나는 억지로 감정을 다스렸다. 죽음을 앞둔 나는, 더 이상 이성을 잃고 싶지 않았다. 침착하게, 냉정하게, 그들에게 복수해야 했다.
"나가라고 했잖아. 내 말을 못 들었어?"
내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칼날 같은 차가움이 담겨 있었다. 한은태는 내 변한 모습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응시했다.
그 사이에 장예솔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은태를 올려다봤다. "오빠, 나 무서워. 언니가 예전 같지 않아…."
나는 그들의 역겨운 연극에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식탁으로 향했다. 아까 차려놨던 음식들은 이제 완전히 식어버렸다. 어차피 그들이 먹을 음식은 아니었다.
나는 식탁 위에 놓인 접시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쏟아부었다. 쿵, 쿵, 쿵.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장청하!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한은태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중이야. 이 쓰레기들이 내가 차려놓은 소중한 상차림을 망쳤으니까."
내 말에 그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이번에는 장예솔이 나섰다.
"언니, 왜 그래? 오빠가 얼마나 피곤했는데…." 장예솔은 내 팔을 잡으려 했다.
나는 그 애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더러운 손으로 나를 만지지 마.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집에서 나가."
"오빠, 언니가… 언니가 나를 밀쳤어." 장예솔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한은태에게 매달렸다.
한은태는 내게 다가와 내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아귀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장청하, 너 정말 왜 이래?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예전의 나는 죽었어. 너희가 죽였어."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 눈에는 더 이상 순종적이고 사랑에 목매던 예전의 내가 없었다. 오직 냉기만이 감돌았다.
"너희가 아까 먹었던 음식, 다 내가 정성껏 준비한 것들이야. 그런데 너희는 날 기만하고 다른 년이랑 히히덕거렸지."
"장청하!" 한은태가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제 그만해." 나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희가 더럽힌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여기가 왜 네 집이야? 우리 집이지!" 한은태는 뻔뻔하게 말했다.
나는 픽 웃었다. "우리 집? 네 명의 이름으로 된 등기부등본이라도 가져와 봐. 이 집은 내 명의로 되어 있어. 내가 산 집이야."
한은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제야 그는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은 것 같았다.
"무슨 소리야? 부부 공동명의잖아?"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부부 공동명의? 우리가 언제 정식 부부가 됐다고 그래? 너는 내 이름으로 된 혼인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잖아. 법적으로 우리는 남남이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장예솔 역시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애의 입이 벌어졌다가 다물어졌다.
"거짓말 마! 부모님이 분명…."
"부모님이? 부모님께는 네가 유학에서 돌아온 장예솔과 도망치지 않고, 나랑 결혼해줬으면 하셨겠지. 그래서 네가 나랑 결혼하는 척 연극을 한 거고."
나는 비웃었다. "하지만 난 그 연극에 더 이상 참여하고 싶지 않아. 이제 모든 걸 끝낼 거야."
"장청하, 너 정말 미쳤구나." 한은태는 나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미쳤다고? 그래, 미쳤지. 너희 때문에 미쳤어. 이제 정신 차린 거야."
나는 품속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한은태에게 내밀었다. "이혼 서류야.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내자. 더 이상 너희한테 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한은태는 서류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이게… 이게 다 뭐야…."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류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회사의 핵심 기술 특허권 명의가 모두 나에게로 되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회사의 모든 자산이 나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명시되어 있었다.
"내가 이 회사에 10년 동안 바친 것들이야. 이제 돌려받을 시간이지." 나는 차갑게 말했다.
"이게… 말도 안 돼! 이건 회장님이… 회장님이 너한테 모든 걸 넘긴 거야?" 한은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네가 병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술이나 퍼마시고 여자나 쫓아다닐 때, 회장님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나를 택하셨어. 네가 회사를 망가뜨리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으셨던 거지."
내 말에 장예솔은 경악한 표정으로 한은태를 바라봤다. 한은태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너… 너 감히 회장님을 팔아?"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아니라, 네가 회장님을 실망시킨 거야. 네가 회사를 돌보지 않고 장예솔 따위나 쫓아다닐 때, 나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어."
내 말에 한은태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
"그러니 이제 선택해. 깔끔하게 이혼하고 여기서 떠날 건지. 아니면… 모든 것을 잃고 내 손에 끌려 나갈 건지."
나는 장예솔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너. 네가 한은태를 빼앗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너 같은 쓰레기와 더러운 놈팽이에게 미련 없어. 그러니 네가 가질 수 있는 건, 이 껍데기뿐이야."
장예솔의 얼굴은 완전히 질려 있었다. 그 애는 불안한 시선으로 한은태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이었다.
"오빠…." 장예솔이 겨우 입을 열었다.
"아직도 오빠 소리가 나와? 네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너는 내 남편을 유혹한 간통죄로 고소당할 거야." 나는 차갑게 덧붙였다.
장예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은태의 뒤로 완전히 숨어버렸다.
나는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내 발걸음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선택은 너희 몫이야. 하지만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야."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내 심장은 여전히 아팠지만, 이제 더 이상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가. 당장."
챕터 목록
총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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