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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녀는 또다시 재혼했다

박서준의 힘이 어찌나 센지, 심나연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 손 좀 놓으세요. 저는 그저 할머니를 구하려 했을 뿐이에요."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길가에 쓰러진 노인을 함부로 도와주지 말라고. 이제 어떡해? 억울하게 누명 쓰는 거 아니야?"

박서준의 뒤에 선 경호원이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자

사람들은 더 이상 귀찮은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 하나 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박서준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심나연을 훑어봤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하얀색 티셔츠, 거의 하얗게 바랜 청바지, 게다가 낡은 천 가방까지...

박서준의 시선은 심나연의 손에 쥐어진 작은 도자기 병을 지나 그녀의 차분한 눈빛에 고정되었다.

"우리 할머니가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박서준의 품에 안겨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몸을 살짝 움직이자 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박 노부인이 천천히 눈을 뜨고 흐릿한 눈을 두어 번 깜박이더니 박서준을 발견하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아,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긴장했던 박서준의 신경이 순식간에 풀리더니 심나연의 손목을 놓아주고 재빨리 할머니를 부축했다. "할머니, 방금 기절하셨어요. 이제 좀 괜찮으세요?"

그러나 박 노부인은 박서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심나연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손주 며느리가 날 구해줬구나."

박 노부인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 얼어붙었다.

박서준은 박 노부인의 말에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고 그제야 할머니를 구한 사람이 정말 심나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머니, 이 사람은 할머니의 손주 며느리가 아니에요. 집에 가요."

박 노부인은 박서준의 손을 확 뿌리치고 물었다. "너와 우리 손주 며느리가 혼인신고 하러 간 거 아니었느냐? 왜 여기 있느냐? 설마 둘이 싸운 거니?"

심나연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상황을 파악했다. 아마 만성 독소로 인한 치매 증상일 것이다.

"할머니, 사람 잘못 보셨어요."

박서준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또 헷갈리셨어요. 이 사람은..."

"혼인신고서를 보여주렴. 혼인신고서는 어디 있느냐?" 박 노부인은 두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심나연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약속시간에 늦겠어!'

"할머니가 괜찮으신 것 같으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러나 박 노부인은 심나연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손주 며느리, 가지 마. 혼인신고서를 보여주지 않으면, 나 절식할 거다."

박서준은 미간을 꾹꾹 누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가 한번 마음먹은 일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그때, 심나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 원장의 전화인 것을 확인한 그녀는 다른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죄송해요, 진 아저씨.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요... 네, 다음에 뵙는 걸로 해요."

전화를 끊자 박 노부인이 싱긋 미소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주 며느리, 우리 서준이를 너무 미워하지 마. 서준이보고 박씨 그룹을 너한테 주라고 하마. 어때?"

'박씨 그룹?'

심나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남자가 박씨 그룹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가?'

그녀가 물어보려 할 때, 박 노부인이 박서준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서 우리 손주 며느리를 데리고 혼인신고 하러 가. 또다시 우리 손주 며느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앞으로 집에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라!"

박서준은 어두운 얼굴로 박 노부인을 어쩌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혼인신고 할게요."

그제야 박 노부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심나연의 손을 놓고 계단에 앉았다. "난 여기서 기다릴게."

박서준은 어쩔 수 없이 심나연을 데리고 한쪽으로 향했다.

"방금... 내가 오해했어."

그는 도무지 '미안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보다시피, 할머니를 속이기 위해 네가 나와 혼인신고를 해야겠어."

심나연은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박씨 그룹과는 무슨 관계인가요?"

"난 박씨 그룹의 대표, 박서준이야."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에 심나연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 남자가 박씨 그룹의 대표라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살아있는 염라대왕?'

박서준은 그녀의 놀란 표정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한 달 뒤에 이혼할 거야. 그 대가로, 계약이 끝나면 네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박서준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무심하게 덧붙였다.

"고민할 시간은 2분이야."

심나연은 거절하려던 말을 목구멍에 꾹 삼켰다.

마침 그녀가 앞으로 연구에 사용할 NR 데이터는 오직 박씨 그룹만이 가지고 있었다.

한 달쯤이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심나연은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렇게 두 사람은 혼전 계약서에 서명한 후, 바로 혼인신고를 마쳤다.

박 노부인은 혼인신고서를 직접 확인한 후에야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다.

"너무 잘됐다, 손주 며느리. 할머니랑 집에 가자."

박서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번엔 혼인신고였지만, 다음엔 또 무슨 일로 자신을 괴롭힐지 알 수 없었다.

심나연이 박 노부인을 부축하고 차에 오르는 것을 본 비서 백서진이 앞으로 다가오며 생각했다.

'불과 3년 만에 박씨 그룹을 업계 1위로 만든 경성 제일 재벌의 수장이, 할머니에게 꼼짝도 못할 줄 누가 알았겠어?'

"박 대표님, 국의 K선생이 3일 뒤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서준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반짝이며 빛을 발했다. "선물을 준비하고, 바로 K 선생님과 연락해. 할머니의 독은 오직 그분만이 풀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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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444장

  1. 1장제1화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
  2. 2장제2화 3일 후에 큰 선물을 보내주지
  3. 3장제3화 그녀는 또다시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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