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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신의'의 유일한 제자
소나영은 근처 옷 가게에 들러 휴대폰을 충전한 뒤, 전원을 켰다. 온 김에 더러워진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도 한 벌 샀다. 새 옷으로 갈아입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옷가게를 나서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익숙한 번호에 소나영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여보세요."
"소나영! 너 맞지?"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나 정세곤이야. 오늘이 너의 출소 일이지? 미안해, 내가 늦었어. 마중 나가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정세곤.
해성시 최고 재벌 정씨 그룹의 실세이자, 교도소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녀를 살려낸 남자였다.
"괜찮아." 소나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소나영, 우리 할아버지께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
정세곤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전 세계의 유명한 의사들 모두 하나 같이 할아버지께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하더라고... 갑작스러운 부탁인 건 알지만, 나영아.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소나영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소씨 가문은 그녀를 쓰레기 취급했고, 우성호는 그녀를 살인범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정작 어마어마한 권력을 거머쥔 작자들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도움을 청했다.
"주소 보내."
다음 날, 클라우드 106호 별장.
소나영이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우아한 기품을 풍기는 귀부인이 경호원들과 함께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정 사모님은 소나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하도 씻어서 색이 바랜 운동화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세곤, 이 여자가 바로 네가 말한 신의야?" 정 사모님은 어이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소나영을 가리키더니 급기야 정세곤을 꾸짖었다. "교도소에서 지내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2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계집애를 데려와서 뭐하는 거야? 할아버지가 죽길 바라는 거야?! 이 여자 꼴 좀 봐봐, 메스가 뭔지도 모를 것 같아!"
"엄마! 예의 좀 지켜!" 정세곤은 소나영의 앞을 가로막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정 사모님을 노려봤다. "소나영 씨는 김 선생의 마지막 제자야. 이 분의 의술은 내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어!"
"김 선생? 김려홍을 말하는 거야?" 정 사모님은 콧방귀를 뀌었다. "7년 동안이나 행방불명인 '귀수신의'? 그리고 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아! 정세곤, 할아버지는 지금 심장이 멈췄어! 세계 최고의 전문의들이 할아버지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런데 지금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여자를 데려오다니? 우리 정씨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했어?!"
소나영은 태연한 얼굴로 품에서 고풍스러운 백자 병을 꺼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이건 연명단(续命丹)이야. 스승님이 직접 만든 약이지." 소나영은 정 사모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날 3초만 더 막았다면, 정 어르신이 정말로 돌아가셨을 거에요. 그때가 되면, 당신은 정씨 가문을 망친 대역죄인으로 낙인 찍혔겠죠."
"너..." 정 사모님은 소나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기세에 압도되어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삑!"
그때, 병실에서 귀를 찢는 듯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안 돼! 환자가 자가 호흡을 멈췄어! 전기 충격 준비해!"
소나영은 두말 없이 정 사모님을 지나치더니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당신 누구야? 당장 나가!" 주치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소리쳤다.
"정세곤, 병실을 비워." 소나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술대로 향했다.
정세곤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경호원들에게 손짓해 의사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수술등 아래, 소나영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마스크를 쓰고 메스를 건네 받은 순간, 그녀의 눈빛이 확고해졌다.
"절개 실시."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가슴이 절개 되자 극도로 쇠약해진, 상처투성이 심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미 멈춘 심장은 생기 없는 고깃덩어리와 다름 없었다.
"이 심장은 이미 기능을 잃었어. 2차 봉합을 견딜 수 없는 상태야." 곁에 선 어시스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소나영 씨, 이건 절대 불가능해요."
소나영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있는 한, 어르신은 죽지 않아."
챕터 목록
총 36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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