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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새로운 친구 요청

안성주의 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은 유소월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내용을 조금도 엿듣지 못했다. 하여 그녀는 어젯밤 666호 방에서 밤을 보낸 남자가 안성주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송이동이 팔까지 연신 휘두르며 안성주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유소월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가슴을 꾹 움켜잡았다. 더욱이 송이동이 회사 대표 안성주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폭로라도 할까 봐 더 두려웠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그녀는 하루 종일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다행인 것은 별다른 사고 없이 워크숍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직원들을 모두 태울 수 있는 셔틀버스가 도착했을 때, 유소월은 자신이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날의 여파로 몸 곳곳이 뻐근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어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 순서로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뒷자리에 앉은 주경하가 그녀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내저었다. "소월아, 여기!"

갑자기 조용해진 버스 공기를 가로질러 안성주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자리가 하나밖에 없나요?"

우뚝 자리에 멈춰 선 유소월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돌아봤다. '안성주 대표도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돌아가려는 걸까?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해서 방금 나에게 짜증을 낸 걸까?'

그러나 회사 대표인 안성주는 인턴인 그녀가 어디에 앉는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직원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안성주의 옆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안성주의 무심한 행동은 여자 직원을 무시하는 게 틀림없었다.

유소월은 안성주가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한껏 움츠린 여자 직원은 낮은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중얼거린 뒤 그녀의 앞을 가로질러 주경하의 옆자리에 앉았다.

주경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쏘아붙였다. "여기는 제 친구 자리에요."

그러자 여자 직원도 한껏 턱을 치켜 들고 비아냥거렸다. "뭐라고요? 의자에 친구 이름이라도 새겼어요? 회사에서 셔틀버스를 보내줬는데, 이 자리가 언제부터 당신 친구 자리로 지정되었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주경하는 옆에 앉은 직원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제 남은 자리는 안성주의 옆자리뿐이다. 찰나의 순간, 유소월은 셔틀버스에서 내려 그동안 모아둔 비상금을 털어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다.

이내 그녀를 쳐다보는 안성주의 눈빛이 그리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뭐합니까? 가는 내내 서 있을 겁니까?"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유소월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설마 그녀가 자리에서 한참 머뭇거려 화를 내는 걸까?

남자 직원들의 동정심 가득한 눈빛과 여자 직원들의 질투심 가득한 눈빛 아래 유소월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안성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안성주의 낮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요?"

유소월은 당장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비록 안성주에게 존경심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날카로운 표정과 권위 가득한 눈빛은 주눅 들기 충분했다.

만약 그녀가 사실대로 말한다면, 수습기를 통과하기도 전에 잘릴지도 모른다.

유소월은 아첨에 가까운 미소를 지으며 안성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아닙니다, 대표님. 대표님의 곁에 앉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안성주는 그녀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든 듯 의자에 기대앉아 눈을 감았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감은 줄어들 줄 몰랐다.

유소월은 가는 길 내내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앉았다.

이번 워크숍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으로 참가한 워크숍에서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모자라 그동안 신념처럼 지켜온 순결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대표 옆자리에 당첨된 것도 모자라 정자세로 앉아서 가야 하다니. 유소월은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셔틀버스가 회사 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린 유소월은 시원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안성주의 옆자리에서 벗어난 지금, 공기가 유난히 달콤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주경하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소월아, 대표님의 옆자리에 앉아 오는 기분 어때?"

유소월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양이 된 기분이야."

주경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양? 왜 양이 된 기분이야?"

유소월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참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의 기분을 느낀 것 같았으니까."

순간, 주경하의 얼굴에 순수한 동정심이 피어 오르더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유소월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무서운 것을 본 사람처럼 다급하게 시선을 피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유소월이 주경하를 불러 세우려 할 때, 손에 쥔 휴대폰이 짧게 진동하며 카톡에 새로운 친구 요청 알림이 나타났다. 스팸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그러자 새로운 친구 요청 알림이 또 다시 울리더니 짧은 메시지가 함께 첨부되었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았어?]

유소월은 잃어버린 물건이 무엇인지 기억해 내려고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문자를 무시하려던 그녀의 두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설마 어젯밤 송이동의 방에 물건을 두고 온 건 아닐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새로운 친구 요청을 보내온 사람은 송이동일까?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수락을 누른 그녀는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원하는 게 뭐예요?]

10분이 지나서야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을 처리해야지.]

유소월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송이동은 그녀가 안성주의 험담을 하는 말을 들은 걸까? 그제야 주경하가 왜 그렇게 다급하게 도망쳤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송이동의 낯선 말투였다. 어쩐지 안성주와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터뜨린 유소월은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비난했다.

그녀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송 본부장님, 어젯밤 일은 실수였어요. 없던 일로 하시고 앞으로 각자의 길을 가시죠?]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어쩐지 말투가 너무 직설적인 것 같은 기분에 그녀는 메시지를 삭제하고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송 본부장님, 제가 놓고 간 물건을 언제 다시 찾으러 가는 게 좋을까요?]

그 시각, 이미 대표 사무실에 올라온 안성주는 집무 책상 뒤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유소월이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한 그의 안색이 확연히 굳어지더니 이내 빠르게 답장을 적었다. [날 송이동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메시지를 확인한 유소월은 상대방이 화를 꾹 억누르고 답장을 보냈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송 본부장님이 아닌가요?]

꺼진 휴대폰 화면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설마 송이동은 방금 나를 시험하려 했는데, 내가 바로 알아차려서 화가 난 걸까?'

'고작 이런 일로 화를 내다니.' 꼭 화를 내야 한다면 오히려 그녀가 화를 내는 게 맞다.

하룻밤의 실수를 따지고 보면 손해를 보는 건 여자쪽이기 때문이다.

유소월에게 아주 작은 용기라도 남아 있다면, 당장 송이동을 비난했을 것이다. 그래봤자 직장을 잃는 것이니 대수롭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녀에게는 추궁할 용기조차 없었다.

유소월은 자존심을 꾹 억누르고 다시 메시지를 입력했다. [송 본부장님,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제 물건을 돌려받고 싶어요.]

곧바로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다려.]

어처구니없는 답장에 유소월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기한도 없는 기다림이라니.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까?

워크숍도 끝났고 셔틀버스도 회사 건물 앞에 멈춰 서자 동료들은 빠르게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갔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곁에 있던 주경하의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텅 빈 로비에 홀로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소월은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피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송이동은 당장 나를 만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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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9장

  1. 1장제1화 하룻밤
  2. 2장제2화 새로운 친구 요청
  3. 3장제3화 억울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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