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576/coverbig.jpg)
/1/126947/coverbig.jpg)
제3화 여신들의 싸움
육서준. 그는 육 어르신이 쉰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밖에서 낳아온 사생아였다. 족보를 따지자면 조카인 육성훈보다 고작 세 살이 많았다.
핏줄의 위치는 애매했고, 육씨 가문 사람들은 그를 뼛속 깊이 수치스러워했다.
육 어르신이 억지로 그를 가문의 호적에 올리긴 했지만, 육씨 가문의 그 누구도 그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육 어르신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마자 상황은 돌변했다. 육씨 가문 사람들은 육서준과 그의 어머니를 본가에서 가차 없이 쫓아냈다. 모자는 인적이 드문 교외로 쫓겨났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엄격하게 금지당했다.
그런데 대리로 처리했던 혼인신고가 이렇게 엉뚱한 사람과 엮이게 될 줄이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육서준은 몇 년 전부터 해외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당장 이혼 도장을 찍고 싶어도, 바다를 건너가야만 하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강남희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하자, 오히려 옆에 있던 윤지연이 더 안달을 냈다. "남희 언니! 설마 그 쓰레기 같은 놈한테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건 아니지?"
"언니, 썩어 문드러진 나무에 목맬 필요 없어. 그딴 놈 하나 버리면, 언니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나무숲이 있어!"
"쓰레기 같은 놈이랑 엮인 거 털어낸 기념으로, 내가 오늘 최고급 호스트 여덟 명 쫙 깔아줄게! 돈 많은 싱글녀의 짜릿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테니까!"
강남희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어차피 혼인신고서에 적힌 이름이 육성훈이 아니라면, 당장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혼인관계증명서를 가방 안에 툭 던져 넣었다. 그러고는 나른한 손길로 턱을 괸 채 윤지연을 바라보았다. 늘 다정하기만 했던 그녀의 눈빛이, 어느새 서늘하고 도발적으로 변해 있었다.
"식스팩 없는 애들은 사양할게."
그제야 안도한 윤지연이 호탕하게 웃으며 운전대를 팡 내리쳤다. "좋아! 그래야 내가 아는 강남희지!"
저녁 7시.
강남희는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찔한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상의는 허리선이 강조된 프릴 장식의 화이트 크롭 셔츠였다. 여기에 스터드가 박힌 양가죽 앵클부츠를 신고, 그녀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야색' 클럽 안으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과감하게 풀어헤친 셔츠의 단추 세 개는 그녀의 아찔한 가슴골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냈다.
가녀린 목선에 두른 블랙 초커는 백옥처럼 눈부신 그녀의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윤지연 역시 불꽃처럼 강렬한 레드 슬립 드레스를 입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두 사람이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굶주린 짐승 같은 남자들의 끈적한 시선이 일제히 쏟아졌다.
윤지연은 강남희의 손을 이끌고 1층 정중앙의 귀빈 부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블랙카드를 끼운 채, 여유로운 태도로 클럽 매니저를 호출했다.
"여기서 인물 체격이 제일 좋은 에이스들로, 딱 여덟 명만 올려보내요."
한도 없는 최상위 블랙카드를 확인한 매니저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강남희는 직접 비싼 양주를 땄다. 독한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심장을 울리는 비트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지난 3년 동안 억눌려 있던 영혼이 비로소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을 향한 주변의 노골적인 시선은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때, 목에 굵직한 금목걸이를 두른 돼지 같은 남자가 손에 호두알을 굴리며 강남희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이, 예쁜이. 쩨쩨하게 호스트가 뭐야. 이 오빠가 화끈하게 놀아줄게."
남자의 음흉하고 번들거리는 시선이 강남희의 가슴골을 향해 노골적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더러운 시선이 채 닿기도 전에, 묵직한 크리스털 재떨이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꺼져!"
윤지연이 던진 재떨이는 남자의 대가리를 깨는 대신, 그의 다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바닥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확실하고도 살벌한 경고였다.
남자의 이름은 지천홍. 뒷골목 어둠의 세계에서 굴러먹던 그는, 겉보기에 연약해 보이는 두 여자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가 손짓을 까딱하자, 시커먼 정장을 입은 덩치 큰 경호원 예닐곱 명이 순식간에 귀빈 부스를 겹겹이 포위했다.
지천홍은 비열한 미소를 흘리며 제 허리띠를 왈칵 풀어헤쳤다. 구역질이 날 만큼 음탕한 표정이었다.
"귀여운 아가씨들. 얌전히 굴면 이 오빠가 아주 부드럽게 다뤄줄게. 반항하면, 이따가 내 밑에서 고생 좀 할 거야."
그는 역겨운 뱃살을 출렁이며 허리를 튕기더니, 더러운 손을 뻗어 강남희의 어깨를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강남희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몸을 틀어 그의 손길을 피했다. 동시에 그녀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이더니, 풀어헤쳐진 남자의 허리띠를 낚아채 단숨에 꽉 조여 매듭을 지어버렸다.
그 힘이 어찌나 무식하게 셌던지, 지천홍은 숨이 턱 막혀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입만 떡 벌렸다. 강남희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비틀려 올라갔다.
그녀는 자비 없는 손날 치기로 남자가 쥐고 있던 호두알을 그의 벌어진 입속으로 콱 쑤셔 박았다. 호두알이 억지로 처박혀 지천홍의 입가가 찢어졌고,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졌다.
"주둥이에서 똥내가 진동을 하네. 평생 그 입 다물고 살아."
보스의 처참한 꼴을 본 경호원들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일제히 덤벼들었다.
강남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인 양주병을 거꾸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달려드는 놈의 대가리에 망설임 없이 내리꽂았다. 그와 동시에 윤지연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돌려차기를 날렸다. 그녀의 구두 굽이 다른 놈의 목덜미를 정확히 가격했고, 거구의 사내들이 추수 앞의 밀짚처럼 우수수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천홍은 켁켁거리며 간신히 입속의 호두알을 파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는 체면 따위는 내던진 채 악에 받쳐 발악했다.
"애들 더 불러와! 당장 더 끌고 오라고! 오늘 저 미친년들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한편, 클럽 3층의 프라이빗 룸. 아래층의 소란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흥미롭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서준아, 저기 저 여자 말이야. 네 조카며느리랑 많이 닮지 않았냐? 근데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차원이 다르네. 맨날 집구석에만 박혀 있는 강남희 그 여자일 리는 없고. 와, 저 몸매에 저 싸움 실력이라니. 완전 여전사들이 따로 없네."
맞은편 1인용 가죽 소파에 편히 기대어 있던 육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희미한 조명 아래, 칠흑같이 어두운 그의 시선이 정확히 강남희의 실루엣에 꽂혔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날렵한 표범 같았다. 거친 움직임 속에서 그녀의 가늘고 유연한 허리선이 아찔하게 드러났다. 심철이 혀를 쯧쯧 찼다.
"와, 저쪽 놈들 손쓰는 거 보소. 아무리 그래도 여자 둘한테 저렇게 떼거지로 덤비냐. 서준아, 여기 네 구역이잖아. 영웅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미녀들 좀 구해주지 그래?"
바로 그때였다. 바닥에 나뒹굴던 지천홍이 품속에서 시퍼런 비수를 꺼내 들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강남희의 무방비한 등 뒤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나른하게 반쯤 감겨 있던 육서준의 눈매가 순식간에 번쩍 뜨였다. 그의 짙은 눈동자 속으로 섬뜩할 만큼 서늘한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맹수처럼 몸을 일으키려 할 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날카로운 나이프가 어느새 그의 손가락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차가운 금속이 조명을 받아,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어버릴 듯한 치명적인 섬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챕터 목록
총 148장
/0/93647/coverbig.jpg)
/0/41621/coverbig.jpg)
/1/100526/coverbig.jpg)
/1/102838/coverbig.jpg)
/0/76552/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