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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3장 과한 서비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진정혁은 도혜윤을 향해 팔 한쪽을 내밀며 스스로 잡고 일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도혜윤은 그의 팔을 잡지 않고, 오히려 방미에게 자신을 부축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까탈스러워서가 아니라, 진정혁의 키가 너무 크고 덩치도 커서 그녀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자 그녀를 빈틈없이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확연한 체격 차이가 확 와닿으면서 도혜윤은 약간의 압박감을 느꼈다.
조수석에 타고 나서야 도혜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혁도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며 도혜윤에게 물었다. "도혜윤 선생님, 집이 어디예요?"
"금화원이요." 도혜윤이 대답했다.
"금화원이요?" 진정혁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학교에서 꽤 멀 텐데요."
도혜윤이 말했다. "환경이 좀 더 좋아서요."
진정혁은 시동을 걸고 차를 큰길로 몰며 무심코 물었다. "한 달에 월세가 얼마예요? 저도 요즘 집을 구하고 있거든요."
도혜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집을 구할 필요가 있나?'
'재벌 2, 3세들과 어울려 놀 정도면 본인도 부자일 텐데?'
하지만 그는 카센터를 열었다. 그러니 재벌들이 차를 튜닝하며 노는 곳도 클럽이지, 절대 일반 카센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녀의 차를 고친 것은 확실히 진정혁이었고, 그가 차량을 점검할 때 보인 모습은 매우 능숙했고 전문적이었다.
도혜윤은 원래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의문이 들더라도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그깟 호기심도 이내 사라졌다.
그래서 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40만원이요."
진정혁이 말했다. "금화원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치안이 별로 안 좋은 걸로 아는데요."
도혜윤이 대답했다. "그럭저럭 괜찮아요."
진정혁의 말이 맞았다. 금화원은 확실히 낡았고, 입구의 경비원들은 하나같이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조는 할아버지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달 전 맞선 문제로 엄마와 크게 다투고 홧김에 이사를 나왔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혼자서 그녀와 언니를 힘들게 키웠다.
언니가 부자와 결혼하자 개천에서 용 난 격이 되었고, 그녀의 엄마는 그녀에게 눈길을 돌려 온종일 언니에게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그녀에게 소개해 주라고 졸랐다.
그들의 신조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돈이 최고다'였다.
하지만 도혜윤은 그게 싫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재벌 2세 폭주족들 때문이었다.
그 교통사고는 눈앞에 끊임없이 내리는 이 비처럼 그녀의 마음속에 무려 13년 동안 내렸고,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아, 그녀의 마음속은 어둡고 축축했다.
금화원에 도착했을 때, 비가 그쳤다.
진정혁은 차에서 내려 도혜윤에게 차 열쇠를 건넸다. "도혜윤 씨, 몇 층에 살아요?"
"전 1층에 살아요." 도혜윤이 말했다. "고마워요, 진 사장님. 제가 택시 불러 드릴게요."
"됐어요." 진정혁이 만류했다. "들어가요."
도혜윤이 진정혁에게 차를 세우라고 한 곳은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녹화지대 중간이라 주차 공간이 꽤 많이 마련되어 있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여덟 가구가 있었고, 총 6층 건물이었는데, 1층은 마당이 딸려 있었다.
도혜윤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에 1층에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은 이미 뱉어버렸고, 진정혁은 끝까지 배웅해 줄 기세였기에 그녀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혁이 갑자기 가볍게 웃었다. "혼자 사는 여자가 경계심을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아무래도 진 사장님과는 친한 사이가 아니니까요." 도혜윤은 겉으로 억지웃음을 지었다. "제가 경계심이 과하다고 하셨는데, 그럼 진 사장님은 서비스가 과한 거 아닌가요?"
"혜윤 씨는 돈을 냈잖아요?" 진정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런 서비스는 당연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 받으셨잖아요." 도혜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 고집을 부리는 것은 선을 넘는 짓이었고,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었기에 진정혁은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럼 천천히 올라가요."
"고마워요." 도혜윤은 몸을 돌려 차 안에서 꺼낸 장우산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진정혁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집에 들어 선 도혜윤이 창가로 다가가 보니 아래층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려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고, 발로 쿠션을 끌어당겨 다친 발 밑에 받혔다.
그녀가 한숨 돌리기도 전에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도혜윤은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녀의 엄마 이미연 여사였고 그녀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
"셋째 이모한테 들었는데, 너 오늘 맞선 또 실패했다며?"
도혜윤은 차갑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네."
"내가 뭐랬어. 네가 혼자서는 좋은 사람을 찾지 못할 거라고 했지?" 이미연은 비꼬듯 말하며 은근히 득의양양한 기색을 보였다. "그냥 얌전히 네 언니가 주선해 주는 사람이나 만나."
"싫어요." 도혜윤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너 이제 머리 좀 컸다고 이러는 거야?" 이미연이 화를 냈다. "나랑 네 언니가 널 해치기라도 하겠어?"
"엄마랑 언니가 소개해 준 사람들 하나같이 다 마음에 안 들어요. 그 사람들은 저한테 어울리지도 않고요."
"너한테 안 어울린다고?" 이미연은 마치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했다. "그 사람들이 너한테 과분한 거지."
"그럼 제가 죽고 나서 짝지어 주시든가요."
평소 차갑고 말수가 적은 도혜윤이었지만, 엄마 앞에서는 유독 날이 섰다.
"너..." 이미연은 화가 난 나머지 뒷목을 움켜 잡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혜윤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이미연은 어릴 때부터 편애가 심했다. 그래서 언니는 허영심이 많았고, 그녀는 과묵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14살 이전에는 아버지가 지켜주었기에 그녀도 낙천적이고 천진난만했었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고, 도혜윤은 이틀 동안 쉬었다.
월요일에 출근할 때도 발이 여전히 아파서, 그녀는 아예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그녀의 수업은 오전 마지막 두 교시였기에, 먼저 교무실로 향했다.
몇몇 동료들이 그 모습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고, 도혜윤은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창가에 있던 신입 동료가 다가왔다. "어, 금요일에 차가 고장 났었다면서요?"
도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어에 못이 박혔어요."
"고쳤어요? 얼마 나왔어요?"
"2만원이요. 휠 밸런스인가 뭔가 하는 것도 포함해서요. 프리미엄 세차 서비스도 한 번 무료로 받았고요."
거기에 사장님이 간식도 내어주셨고, 직접 집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추가로 4만원을 주었지만 진정혁은 받지도 않았다.
"괜찮네요. 맞은편에 새로 개업한 그곳인가요?"
"네." 도혜윤이 대답했다.
"맞은편 카센터 서비스는 어때요? 저 지난주에 밖에 나가서 정기 점검 받았다가 몇만원이나 바가지 썼거든요." 한 남자 동료가 목을 빼고 물었다.
"맞아요, 맞아. 요즘 카센터들은 다 수작을 부린다니까요. 견적도 흐지부지하게 내고, 중요한 건 실력도 별로 안 좋다는 거예요."
누군가 맞장구를 치며 불평했다.
"다들 아직 몰랐어요? 우리 학교 행정실에서 올해 새로 카센터 거래 업체를 정했잖아요." 가장 안쪽에 있던 부주임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즉시 동료들이 어디냐고 물었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정도 카센터예요. 앞으로 교직원증을 제시하고 점검이나 수리를 받으면 30% 할인이 될 겁니다. 학교에서 교직원 DC 가격이랑 몇 가지 무료 서비스도 다 협의해 뒀어요. 이번 주에 공지가 내려올 거예요."
교무실에서 가장 어린 여교사가 환호성을 질렀다. "맞은편 사장님 엄청 잘생겼던데요."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연신 농담을 던졌다.
도혜윤도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맞은편 카센터에 차를 점검하러 갈 생각이 없었다.
금요일에 차를 고치러 간 것은 애초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녀는 남의 가게에서 맞선까지 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다고, 진정혁을 볼 때마다 도혜윤은 그 일이 떠오를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도혜윤의 발은 완전히 다 나았다.
지난번 저혈당을 겪었던 경험을 거울삼아, 그녀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 대충 끼니를 때웠다.
오늘 오전에는 전공 수업이 네 교시나 연달아 있어서, 그녀는 특별히 시간을 조금 앞당겼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도혜윤은 차 문을 열었다.
진정혁이 그녀를 데려다준 이후로 이 차는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었고, 조절해 둔 시트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도혜윤은 차에 올라타 왼손으로 전동 조절 버튼을 더듬어 찾았지만, 시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동 조절로 바꿔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니..."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차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지각할 지경이었다.
도혜윤은 답답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며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카톡에서 진정혁의 카센터를 찾았지만,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그 계정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업보였어!'
이런 사소한 문제로 4S 매장 직원이 출장을 오지는 않을 테고, 기껏해야 무료 견인차를 배차해 줄 것이다.
너무 번거로웠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도혜윤은 역시 진정혁을 불러 한번 봐달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챕터 목록
총 6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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