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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하자
강명연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부준,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아이가 필요하다고 하셨어."
부준의 숨결이 잠시 멈췄다가 비웃음으로 돌아왔다. "강명연, 결혼 전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너무 욕심 부리지 마."
그는 결혼 전, 냉정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부준의 아내라는 명분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고.
결혼한 지 3년, 둘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 외엔 키스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강명연은 부준이 당서연을 위해 자신의 순결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3년 동안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았던 그가, 당서연이 돌아오자마자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몸에는 당서연의 향수 냄새가 배어 있었으니.
두 사람은 이미 선을 넘은 걸까?
머릿속을 떠도는 불공평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도대체 그녀가 당서연보다 못한 게 뭐란 말인가?
강명연은 부준의 허리춤 벨트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어 그의 목에 입을 맞췄다. 남자의 안색이 확 변하는 것을 보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이건 부부의 의무 아니야? 혹시 너 쪽에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니지?"
어떤 남자도 이런 자극을 참아낼 수 없었다. 하물며 부준은 더욱 그럴 게 분명했다.
강명연은 부준의 명확한 반응을 느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전에 남자가 그녀를 밀쳐냈다. 어깨의 상처가 그의 손에 우연히 스치자, 안색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부준은 목을 가다듬고 눈가에 가득 핀 욕정을 억누르며 냉랭하게 말했다. "전시회에서 다쳤으면 조용히 치료나 받아.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는 부드러워졌지만, 강명연의 귀에는 그게 더욱 날카롭게 들렸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전시회에서 다쳤다는 사실도, 그녀가 수차례 전화를 건 이유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고, 외면했다.
강명연은 어깨의 고통보다 마음이 더 아픈지 알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입술을 꼭 깨물어야만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걸 참을 수 있었다.
부준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
"부준, 네 회사에서 수석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들었어. 나한테 기회를…"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준이 난데없이 가로막았다. "이게 네 진짜 목적이야?"
강명연이 멍하니 얼어붙은 채로 있자, 그는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비아냥거렸다. "강명연, 내 회사는 네가 장난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네가 내 명의상 아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실력도 없으면서 자리를 차지하면 웃음거리밖에 안 돼."
실력이 없다고?
부준은 그녀에게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그녀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강명연은 갑자기 메일함에 도착했던 채용 공고가 생각났다. 해외 유명 브랜드 ‘에프브이'가 1년 전 그녀를 수석 디자이너로 초청했던 일이.
하지만 그때 그녀는 부준에게만 모든 신경을 쏟고 있어, 망설임 없이 거절해버렸다.
부준과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느라, 그깟 사랑 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망쳐버린 셈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강명연은 부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비꼬는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부준, 내가 당서연의 전시회를 열어주다 죽을 뻔했는데, 정작 디자이너 자리 하나 주기조차 아까운 거야?"
부준은 강명연의 손을 뿌리치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불쌍한 척은 집어치워. 넌 그냥 가볍게 다친 거야. 그리고 강명연, 요구를 하기 전에 네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 당서연은 유명한 천재 화가야. 전시회를 여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넌? 강명연, 넌 나한테 몸만 팔 줄 아는 거 외엔 뭐가 있다고?"
그의 말칼에 강명연은 온몸이 베이는 듯 아팠다.
그녀를 매료시켰던 그 잘생긴 얼굴이, 지금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보였다.
자신이 부준 마음속에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깨달은 그 순간이었다.
"그래." 강명연은 똑같이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당서연보다 못하고, 너랑 어울리지도 않는다면, 부준, 우리 이혼하자. 너는 당서연과 평생을 함께 해."
이제 그녀는 영원히 따뜻해지지 않을 돌을 안고 살고 싶지 않았다.
부준의 눈에 비친 비웃음은 그녀의 것보다 더 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명연이 그저 감정적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좋아. 나중에 울면서 매달리지만 말고."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 나가더니, 문을 ‘쾅' 하고 세게 닫았다.
강명연은 침대에 그대로 앉아 단단히 닫힌 문을 바라보며, 참을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말이지.
이 결혼 생활이 싫어 죽을 지경이었다.
챕터 목록
총 28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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