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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불청객
서류에 서명을 마친 임유진이 허리를 곧게 펴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스케줄을 확인하고 가서 이혼해요. 난 이따 짐을 싸서 고씨 가문에서 나갈게요."
고진우는 그녀가 서류에 서명한 것을 확인하고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봤다.
임유진이 지난 3년간 고 사모님 역할을 충실히 해왔기에, 그도 완전히 끝을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오늘 밤은 그냥 여기서 자고 내일..."
"그럴 필요 없어요." 임유진은 자신의 몫인 이혼 합의서를 챙기고 고진우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서재를 나섰다.
고진우는 임유진의 미련 없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상한 감정이 피어 올랐다.
그는 그녀가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울며 빌줄 알았다.
임유진은 지난 몇 년 동안 그를 극진히 모셨고, 그가 그녀에게 눈 길을 한 번 줘도 그녀는 하루 종일 기뻐 했는데, 임유진이 고진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이혼을 제안하자 갑자기 미련 없는 모습을 보자, 그와 밀당하는 건지 헷갈렸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고진우의 마음속에 피어 올랐던 이상한 감정은 사라지고 눈빛이 더욱 차갑게 식어내렸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이혼에 흔쾌히 동의하지만, 나중에 그에게 매달리며 돌아오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
방으로 돌아온 임유진은 간단하게 짐을 챙기다가, 자신이 고진우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고씨 가문에 갈아입을 옷 외에 그녀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그녀의 절친 심정화였다.
임유진이 전화를 받자 심정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아, 네가 새로 디자인한 '천사의 심장' 목걸이는 네 말대로 보석 디자이너 멜로즈의 이름으로 캐시 주얼리 경매에 보냈어."
임유진은 지난 몇 년 동안 고진우를 극진히 모시면서도 자신의 일을 놓지 않았다.
고진우가 그녀가 밖에서 얼굴을 드러내며 일하는 것이 고 사모님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그녀는 자신이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비밀로 숨겼다.
임유진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경매 수익은 국제 여성 지원 재단에 기부하는 걸로 해."
"그래." 심정화는 대답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기씨 가문의 기 대감, 기시원이 귀국했대. 재벌가 자제들이 기시원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교외에 사격장을 빌려 사격 대회를 개최한다고 해."
여기까지 말한 심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진아, 네가 프랑스에 있을 때, 최고의 사격수였잖아. 사격장을 떠난 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실력을 보여주는 건 어때?"
'기씨 가문의 기 대감?'
날카롭고 훤칠한 남자의 모습이 임유진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시원. 그녀가 프랑스 사격장에서 유일하게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상대였다.
사실 두 사람은 한 번도 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기시원이 사격장에서 이뤄낸 신화가 너무 많았기에, 그의 소문을 많이 들은 임유진은 그와 대결을 펼치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귀국하게 되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 이혼했으니, 그녀를 속박하는 것도 없어졌다. 이제 그녀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차례다.
"그래."
전화 너머에서 심정화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네가 고진우와 결혼하고 나서, 내가 처음 너를 불러내네. 그런데 고진우가 네가 밖에 얼굴을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
"정화야." 임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 이혼했어."
심정화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임유진은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잡이를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응. 소예월이 귀국했어."
이혼의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심정화는 임유진이 고진우와 결혼한 이유를 떠올리며 임유진의 편을 들며 화를 냈다.
"고진우 그 쓰레기가 너와 결혼한 건 전생에 나라를 구했기 때문이야. 지금 너와 이혼한다고? 언젠가 후회하며 우는 날이 올 거야. 잠깐만 기다고 있어, 지금 당장 데리러 갈게!"
...
임유진이 캐리어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고씨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 그림자가 보였다.
소파 중앙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여자는 아이보리색 긴 원피스를 입고 청초하고 부드러운 얼굴에 우아한 기품이 넘쳤다.
무거운 안경을 쓰고 머리를 엉망으로 묶은 임유진과 확연한 대비를 이뤘다.
그녀는 바로 고진우의 첫사랑, 소예월이었다.
챕터 목록
총 26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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