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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미 사인을 마친 이혼 합의서

그의 가벼운 한마디 말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송한별의 심장을 꿰뚫었다.

결국 3년간의 결혼 생활은 그녀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던 것이다.

복도를 지나던 간호사는 VIP 병실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송한별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걸었다.

"아가씨, 누구를 찾아 오셨나요?"

간호사의 목소리에 병실에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쳐다봤다.

문 앞에 서 있는 송한별을 발견한 순간, 진무환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그제야 송한별은 천천히 VIP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나를 미행한 거야?" 송한별을 발견한 진무환은 즉시 차가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그는 송한별이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 것도, 이마에 붕대가 감겨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녀가 다리를 절뚝이며 걷고 있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송한별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날카로운 턱선과 깊고 매력적인 눈매, 거기에 잘 생긴 이목구비까지, 정말이지 흠 잡을데 없이 완벽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고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송한별은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진무환을 쳐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우연히 이 병원에 실려왔을 뿐이에요."

그제야 진무환은 송한별의 이마에 감긴 붕대를 발견했고 붕대 아래로 스며나온 빨간 피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는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 자신이 송한별을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한별을 발견한 방요한의 얼굴에 경멸 어린 비웃음이 번졌다.

그는 김윤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윤아 씨, 봤죠? 저 여자가 무환이 형의 아내에요. 아주 가관이죠?"

그는 '가관'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했다.

김윤아는 송한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송한별은 몸무게가 90kg 정도 되는 것 같았고 얼굴의 이목구비가 전부 한데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왼쪽 얼굴에 있는 커다란 검붉은 반점이 눈에 띄었는데, 왼쪽 눈가에서부터 왼쪽 입꼬리까지, 왼쪽 얼굴을 거의 전부 뒤덮어 버렸다.

검붉은 반점까지 더해진 그녀의 얼굴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김윤아의 눈빛에 경멸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 그녀에게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방요한의 조롱 섞인 말에도 송한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무환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때, 의자에서 일어난 진무환이 송한별을 내려다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합의서는 서재 서랍에 넣어 뒀어. 집에 가서 사인해."

그의 말은 마치 마른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처럼 송한별의 머리를 강타했고, 그녀는 몸을 휘청이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거대한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에 그녀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가 이혼 합의서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니...'

'정말 이렇게까지 나와 이혼하고 싶은 걸까?'

이대로 포기 하기 싫었던 송한별은 진무환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정말 나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들은 방요한은 눈을 흘기며 송한별을 비웃었다. "송한별, 주제 파악 좀 해. 네 자신이 얼마나 못생겼는지 스스로 거울을 봐. 무환이 형이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할 리 없잖아."

송한별은 여전히 진무환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그가 직접 대답해 주길 바랐다.

진무환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널 사랑한 적 없어."

그 순간, 송한별은 온몸에 화살이 박힌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녀의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은 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병실로 돌아가는 길, 한참을 고민한 송한별은 결국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결정했어요. M국에 갈게요.]

그녀는 M으로 연수를 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전에만 하더라도 그녀는 진무환을 위해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예전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3일 뒤, 송한별은 퇴원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진무환의 서재에서 이혼 합의서를 발견했다.

떨리는 손으로 펜을 쥔 그녀는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이혼 합의서에 이미 적혀 있는 '진무환'이라는 이름을 본 순간, 송한별은 이제는 정말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헛수고일 뿐이다.

눈물이 손등에 떨어졌다. 그제야 송한별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가슴은 아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눈물을 닦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진무환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안부도 묻지 않고 송한별은 바로 용건을 말했다.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어요. 내일 아침 9시 30분, 구청에서 만나요."

그러자 진무환은 내일 시간이 없다고 했다. "내일은 안 돼. 시간 날 때, 내가 연락할게."

송한별의 태도는 단호했다. "안 돼요. 저는 내일만 시간이 되니까 꼭 내일 아침 9시 30분에 만나야 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진무환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송한별은 정시에 구청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9시 40분이 되었는데도 진무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9시 41분이 되자, 송한별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그녀는 오늘 12시 비행기로 M국에 갈 예정이었다.

이제부터 그녀의 인생에 더이상 진무환이라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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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99장

  1. 1장제1화 제1장 수술 동의서에 직접 서명하다
  2. 2장제2화 이미 사인을 마친 이혼 합의서
  3. 3장제3화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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