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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맞선
통화를 마친 심은서는 다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라이브 방송은 이미 끝났고,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구서환 소아린 프러포즈#였다.
검색어를 클릭하자 소아린의 공식 발표가 첫 번째로 올라왔다.
소아린: [돌고 돌아 결국 당신이네요.]
사진은 9장으로, 가운데 사진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었다. 약지에 낀 반지가 눈부시게 빛났다.
심은서는 눈이 시큰거릴 때까지 사진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고개를 든 그녀는 이미 문이 닫힌 구청을 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
저녁 8시, 심은서는 한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창가 자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남자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높은 콧대를 자랑하며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저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구혜원이 설명한 옷차림과 똑같았다.
하지만…
심은서는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구혜원이 말한 맞선 상대가, 이 남자라고?
'박도준?
구서환의 숙적이잖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도망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진짜 결혼 생활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형식적인 결혼일 뿐인데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었다.
박도준은 적어도 잘생겼고, 인품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 구서환 그 쓰레기보다 백 배는 나았다.
심은서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테이블 앞에 도착한 그녀는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았다.
"박 선생님." 심은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가 오늘 맞선을 보러 온 사람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우리 결혼하죠."
박도준은 손에 쥐고 라이터를 돌리던 동작을 멈췄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좁고 긴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심 아가씨의 인사 방식이 참 특별하네요."
심은서는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구혜원 씨가 이미 선생님께 말씀드렸을 테니, 굳이 길게 이야기르 나눌 필요는 없겠죠."
박도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주의깊게 탐색하고 있었다.
공기가 몇 초간 흐름을 멈췄다.
"심 아가씨." 박도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와 구서환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죠?"
심은서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박씨 가문과 구씨 가문은 세대를 거쳐 내려온 숙적이었다. 3년 전, 박도준은 구씨 가문이 인수하려던 미디어 회사를 가로챘고, 두 가문은 완전히 틀어졌다.
구서환은 박도준을 언급할 때마다 이를 갈며 그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음흉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심은서는 박도준을 가까이서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은 있었고 그의 행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네." 심은서가 대답했다.
"그런데도 저와 맞선을 보러 왔어요?" 박도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구서환의 약혼녀 소아린은 지금 가장 잘나가는 스타죠. 매일 뉴스에 나오는데, 심 아가씨가 지금 저를 찾아온 건 복수하려는 건 아니겠죠?"
심은서는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전 남자친구의 숙적을 찾아온 건, 확실히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박도준은 손가락으로 라이터를 가볍게 두드렸다.
"서로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것뿐입니다." 심은서가 말했다. "선생님은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님을 막아줄 방패가 필요하고, 저는 결혼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박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게 다예요?"
"네, 그게 다입니다."
"그럼 심 아가씨는 어떻게 서로 필요한 것을 얻을 생각이에요?"
심은서는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두었다.
"6개월간, 계약 결혼을 하죠." 그녀가 말했다. "6개월 동안은 부부로서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6개월 후에는 이혼하고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겁니다."
박도준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혼전 공증도 해야 합니다." 심은서가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선생님의 재산을 탐내지 않을 테니, 선생님도 제 재산을 탐내지 마세요."
"심 아가씨의 재산?" 박도준은 흥미롭게 느껴졌다. "심 아가씨는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요?"
심은서는 설명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떠세요? 대답해 주세요."
박도준은 그녀를 몇 초간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며 공격적인 느낌이 사라졌다. 하지만 심은서는 그의 눈에 위험한 기운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좋아요." 박도준이 말했다. "그렇게 하죠."
심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언제 혼인 신고를 할까요?"
"지금 하죠."
박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었다.
심은서는 깜짝 놀랐다. "네?"
"지금 혼인 신고를 하러 가요."
박도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심 아가씨가 결혼을 서두르는 것 같은데, 그냥 지금 가죠. "
챕터 목록
총 35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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