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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 결혼했다

심은서는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박도준은 그녀를 태우고 바로 구청으로 향했다.

차에 탄 그녀는 구혜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된것 같아. 고마워.]

구혜원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뭐? 이렇게 빨리? 한 번 만나고 바로 결정했어?]

심은서는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대신했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는 아직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30분 전, 그녀는 구청 앞에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후, 그녀는 다른 남자의 차에 앉아 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러 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구청에 도착한 박도준이 전화를 걸자, 이미 퇴근한 직원이 다시 구청으로 돌아와 두 사람의 혼인신고를 처리해 줬다.

야근을 하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보니, 야근 수당을 꽤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었다.

빨간색 혼인신고서를 손에 쥔 심은서는 서류에 붙은 사진을 보고도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다 봤어요?"

박도준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심은서가 고개를 들자, 그는 손에 쥔 혼인신고서를 빼앗아 갔다.

"뭐 하는 거예요?"

박도준은 두 사람의 혼인신고서를 겹쳐 자신의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으면 안전하지 않아." 그가 말했다. "만약 당신이 마음을 바꾸고 한밤중에 혼인신고서를 찢어버리면 어떡해요?"

심은서가 말했다. "그럴 일 없어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박도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가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지고 있으면, 마음을 바꿔도 나를 먼저 찾아야 할 거 잖아."

심은서는 더 이상 그와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형식적인 결혼이니, 혼인신고서를 누가 가지고 있든 상관없었다.

"가요." 박도준은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집에 데려다줄게."

차에 탄 박도준은 팔걸이 상자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거 받아요."

심은서는 카드를 쳐다보기만 할 뿐, 받지 않았다.

"용돈이에요." 박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박 사모님이 너무 초라하게 다니면 안 되잖아."

"필요 없어요. 저도…"

"혼전 공증은 혼전 공증이고." 박도준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형식적이라도 줄 건 줘야죠. 받아요."

심은서는 잠시 고민하더니 카드를 받아 들었다.

박도준은 뒷좌석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안에 차 키가 들어있어요. 차 번호는 차에 붙여놨고, 차는 당신의 아파트 아래에 주차해 놨어요. 신혼집 주소도 안에 들어있으니, 언제 이사할지 미리 말해주면 사람 시켜 정리해 놓을게요."

서류 봉투를 건네받은 심은서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세심한 사람이었다.

"고마워요."

박도준은 짧게 "네."하고 시동을 걸었다.

심은서를 아파트 앞에 내려준 박도준은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

심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니 곧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았다.

심은서는 오늘 밤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통화 연결음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아버지, 저 결혼했어요."

전화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저 결혼했어요." 심은서는 다시 한번 말했다. "오늘 혼인신고도 마쳤어요."

다시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랑?"

"아버지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심은서는 더 이상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 전에 했던 말 아직 유효해요? 25살 전에 결혼하면 저한테 지분 30%를 주겠다고 했잖아요."

"유효해." 아버지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먼저 회사에 출근해야 해."

심은서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분은 너한테 줄 수 있지만, 회사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아버지가 말했다. "위에 주주들도 있고, 네 오빠도 있어. 내가 너한테 바로 30%를 주면, 네가 그 지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심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버지, 설마 약속을 어기려는 건 아니죠?"

"지금 바로 지분 계약서를 너한테 보낼 수 있어." 심진동의 목소리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먼저 회사 프로젝트 부서에 출근해 경험을 쌓아야 해. 네가 스스로 회사에서 자리를 잡으면 그때 신분을 공개해도 늦지 않아. 그때는 네가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

심은서는 잠시 고민하더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내일 인사부에 정식으로 인사해." 심진동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심은서는 휴대폰 화면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아파트로 올라갔다.

아파트는 고요하기만 했다.

불을 켠 그녀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구서환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녀가 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차가운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

"은서야?" 낮에 약속을 어긴 그는 마음이 좀 불편했다. "이게 무슨…"

심은서는 손에 쥔 물건을 내려놓지 않고 말했다. "며칠 집에 있을 거야."

구서환의 표정이 확연히 풀리더니 외투를 소파에 던지고 그녀에게 다가와 뒤에서 안았다.

"은서야." 그는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너무 바빠서 약속을 어긴 거야.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뉴스 봤어." 심은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구서환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바로 해명하기 시작했다. "아린이가 몸이 아파,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어. 이번에 돌아와서 나한테 연기를 부탁했어. 홍보에 필요하다고 하는데, 다 거짓말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선천성 심장병이라니, 그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의도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뜻이었다. 심은서는 역겨움을 느꼈다.

구서환은 계속해서 말했다. "나 아린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야. 은서야, 내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구서환."

심은서는 그의 말을 가로채고 몸을 돌려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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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54장

  1. 1장제1화 제1장 대용품
  2. 2장제2화 맞선
  3. 3장제3화 나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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