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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녀가 달라졌다
문밖, 심이서는 빨개진 눈시울로 심장훈의 등 뒤에 숨어 어깨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오빠, 그냥 넘어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녀는 심장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바람에 날아갈 듯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화가 치밀어 오른 심장훈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럼 고의로 그런 거겠지!"
그는 심이서를 더욱 단단히 보호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이서야,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해."
"하지만 언니는 심씨 가문의 친딸이잖아요." 고개를 숙인 심이서는 마치 크나 큰 억울함을 감내하는 듯 보였다. "저는 그저 양녀일 뿐이에요. 만약 언니가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가... 방을 다시 언니에게 돌려줄게요."
"네가 왜?" 심장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밖에서 자란 주제에 심씨 가문에 들어온 것만으로 운이 좋은 줄 알아야지. 돌아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성질을 부리며 널 계단에서 밀어? 겁도 없이!"
말을 마친 그는 다시 문을 세게 두드렸다.
"심효린, 죽은 척하지 말고 당장 나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심장훈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문 뒤에 선 사람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심효린이 창백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당황스러움과 어쩔 줄 모르는 기색이 없었고, 지나치게 고요한 눈동자는 마치 온기가 없는 물웅덩이 같았다.
그녀의 눈빛은 이유 없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물었다.
담담한 목소리는 마치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유도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 심장훈은 더욱 거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뻔뻔하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 심효린, 네가 이서를 계단에서 밀었잖아!"
"증거 있어?" 심효린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심장훈은 말문이 막혔다.
심이서 역시 멈칫했고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심효린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심장훈의 어깨 너머로 심이서를 쳐다봤다.
"내가 널 밀었다고 하는데, 증거 있어?"
심이서는 이유 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앞의 심효린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예전의 심효린이라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며 해명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태연하게 반문하다니?
"언니..." 심이서는 눈시울이 더욱 빨개졌다. "언니가 저를 원망하는 거 알아요. 제가 언니의 신분을 20년 동안 빼앗았으니까요. 언니가 저를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저는 뭐든지 언니에게 양보할 수 있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방은 얼마든지 언니에게 양보할 수 있어요. 부모님과 오빠의 사랑도 언니와 다투지 않을게요. 제발 저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무릎을 꿇은 그녀는 적시적소에 눈물까지 흘렸다.
심장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심효린, 이서를 이렇게까지 몰아 붙여야겠어? 당장 사과해!"
심효린은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을 뻔 했다.
여전히 똑같은 수법이었다.
전생에 그녀는 심이서의 이런 모습에 속아 넘어갔고 심씨 가문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가해자'취급 했다.
하지만 지금, 그저 질리기만 했다.
"적당히 해."
그녀는 심이서를 내려다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널 밀었다고? 그럼 증거를 내놔.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건 모함이야."
"너!" 심장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서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변명만 늘어놓을 거야?"
"변명?" 심효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럼 경찰에 신고해."
말을 마친 그녀는 정말로 휴대폰을 꺼냈다.
심이서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거의 본능적으로 외쳤다. "경찰에 신고하면 안 돼요!"
"왜 안 돼?" 심효린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나도 두렵지 않은데, 네가 왜 두려워 해?"
심이서는 입술을 꼭 깨물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심씨 가문은 평범한 가문이 아니에요. 경찰이 오면 일이 커질 거고, 부모님과 회사에도 영향이 갈 거에요. 언니도 심씨 가문의 사람이잖아요. 언니의 기분만 생각하지 말고, 가문의 체면도 생각해야죠."
"이서가 역시 철이 들었어." 심장훈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심효린을 돌아보며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네가 이서의 반만이라도 철이 들었어 봐, 심씨 가문이 너 때문에 이렇게 시끄럽지 않았을 거야."
심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가볍게 두번 손뼉을 쳤다.
"연기 잘하네."
심이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거면 CCTV를 확인하자는 말이야." 심효린은 천천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계단에 CCTV가 있잖아? CCTV를 확인하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겠지."
심장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본능적으로 외쳤다. "CCTV는 이미 고장 났어!"
말을 내뱉은 그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심효린은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알고 있었네."
"고장 난 걸 알면서도 내가 밀었다고 우기는 거야? 심장훈, 네 마음 속엔 심이서 밖에 없지?"
"입 닥쳐!" 완전히 화가 난 심장훈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 "오늘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
"그래." 심효린은 갑자기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녀가 너무 빨리 대답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넌 내가 죄를 인정하길 바라는 거잖아?" 그녀는 가볍게 미소 지었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그럼 인정할게."
다음 순간, 그녀는 갑자기 손을 뻗어 심이서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악!"
미처 피하지 못한 심이서는 앞으로 몸이 기울었고 두피가 얼얼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심장훈도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 "심효린! 미쳤어?"
"내가 널 계단에서 밀었다며?" 심효린은 심이서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계단으로 끌고 가더니 심장훈을 돌아봤다.
그녀의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다.
"그래서 내가 그 죄명을 확실하게 인정하려고."
말을 마친 그녀는 손목을 가볍게 들어 올렸고 발을 헛디딘 심이서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챕터 목록
총 1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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