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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방은 내 차지
계단에서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심이서는 비명을 지르며 1층까지 굴러 떨어졌고, 바닥에 웅크린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심장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미친 듯이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이서야!"
거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인들은 멀찍이 떨어져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심씨 가문에 20년 만에 돌아온 진짜 딸이 심이서를 계단에서 밀어버릴 줄이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단이 이렇게 악독하다니?'
2층 계단 난간에 기대선 심효린은 아래층을 내려다봤다.
아무 표정도 없는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기만 했다.
다만 눈빛이 조금 차가워 보였다.
전생에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이번 생에 그녀는 변명조차 귀찮았다.
심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죄를 씌우고 싶어 하니, 그녀는 그들의 뜻대로 해주면 그만이다.
"이서야, 다치지 않았어? 말 좀 해봐!" 심장훈은 허둥지둥 심이서를 품에 안았고 목소리가 떨렸다.
고통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심이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었다.
"오빠... 너무 아파요..."
흐느끼며 눈시울이 빨개진 그녀의 목소리가 서럽게 떨렸다. "언니는 내가 심씨 가문에 있는 게 싫은가 봐요. 나... 나 그냥 떠날게요..."
"안 돼!" 심장훈은 눈시울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떠나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심효린이야!"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위층에 있는 심효린을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이었다.
"심효린, 당장 내려와!"
심효린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심장훈을 내려다봤다.
잠시 후,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밀었어. 하지만 심이서, 넌 착하고 철이 든 아이니까 날 용서해 줄 거지?"
거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심장훈은 물론이고 심이서도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인들조차 자신의 귀를 믿지 못했다.
심이서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심효린이 이제 와서 가볍게 사과하며 심이서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심효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왜? 다들 벙어리가 된거야?"
"너..." 심장훈은 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위층으로 달려가 심효린의 머리채를 잡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난간에 기대선 심효린의 눈빛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내가 심이서를 밀었다고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잖아, 그런데 왜 다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심이서는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효린의 말에 화가 치밀어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녀는 억지로 참아야 했다.
아직 대놓고 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은 안 된다.
"언니, 나... 언니를 원망하지 않아요." 심이서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언니의 화를 풀어 줄 수 있다면, 내가 조금 희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서야!" 심이서의 모습에 심장훈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는 위층을 향해 소리쳤다. "심효린, 넌 정말 막돼먹은 년이야!"
"그래?" 심효린은 심장훈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이서의 억울함을 풀어줄 건데?"
"날 심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 아니면 부모님께 날 혼내라고 일러 바칠 거야?"
그녀는 싱긋 미소 지었지만,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근데 심장훈, 너한테 그럴 능력이 있어?"
그녀의 말에 심장훈은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것 같았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심효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또각또각, 하이힐이 계단을 밟는 소리가 느긋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마치 심장훈의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너희가 날 심씨 가문에 데려온 이유를 내가 다시 상기시켜 줘야 할까?"
마지막 계단에 멈춰 선 그녀는 심장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심씨 그룹은 최근 내부 분열이 심해. 주주들은 물론이고 언론의 주목까지 받고 있지. 너희는 20년 동안 밖에 버려진 진짜 딸이 심씨 가문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통해 심씨 가문이 청렴하고 화목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거잖아."
"간단히 말해, 난 너희가 데려온 간판이나 다름 없어."
"내가 간판의 역할을 다 하기 전에는, 너희는 날 심씨 가문에서 쫓아낼 수 없어."
거실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심장훈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으나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심효린의 말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심씨 가문이 그녀를 찾아 온 건, 그녀를 그리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심씨 가문이 그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생에 그녀는 죽을 때까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번 생에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어.'
"날 쫓아낼 수 없다면, 내 앞에서 주인 행세하지 마." 심효린은 심이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방에 관해서는..."
그녀는 싱긋 미소 지었다.
"방금 네가 그랬지? 방을 나한테 양보하겠다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심이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녀는 절대 방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 방은 심씨 가문에서 위치가 가장 좋았고 부모님이 직접 그 방을 꾸며 주었다. 그건 그녀가 심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만약 그녀가 말을 번복한다면, 그녀가 지금까지 한 말과 행동이 모두 연기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될 테니까.
"언니가 마음에 든다면..." 심이서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다른 방으로 옮길게."
"이서야!" 심장훈은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오빠." 심이서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 심장훈의 말을 가로챘다. "언니가 밖에서 고생을 많이 했잖아. 내가 조금 양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심효린은 심이서를 내려다보며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역시 잘 참네. 심이서 다워.'
"들었지?" 심효린은 심장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서가 직접 양보하겠다고 했어. 설마 네가 이서를 대신해서 번복하려는 건 아니지?"
챕터 목록
총 14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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