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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혼인신고

다음 날 오전 10시.

경시 국제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나선 박은영이 휴대폰을 켜자마자 큰 오빠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은영아,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오빠가 너를 데리러 갈 수 없을 것 같아. 대신 사람을 보냈으니 그 사람을 따라가면 돼.]

박은영은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캐리어를 끌고 출구에서 기다렸다.

그 시각, 멀지 않은 곳에서.

키가 훤칠한 남자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마중 나오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심경훈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고, 온몸에서는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협박하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나타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와 혼인신고를 하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심경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빛에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할아버지가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멀리서 찍은 사진이었다.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 햇살 아래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모습이 순종적이고 무해해 보였다.

휴대폰을 다시 잠근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 사람들을 무심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순간, 그의 시선이 한 가녀린 여자의 몸매에 고정되었다.

검은색 트렌치코를 입고 머리를 대충 묶은 여자는 화장기 없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심경훈은 그녀를 2초 정도 빤히 쳐다보다가 곧바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운해시에서 왔습니까?" 그가 박은영의 앞에 멈춰 서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박은영은 눈앞에 선 남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녀는 이 남자가 오빠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인정하는 것을 확인한 심경훈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따라오세요."

그는 그렇게 한 마디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박은영은 캐리어를 끌고 그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차에 올라탄 심경훈은 의자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은영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먼저 말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3년 동안의 어리석은 사랑을 끝낸 그녀는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고, 지금은 그저 3년 동안 돌아가지 못한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뒷자리에 앉은 두 사람을 몰래 훔쳐봤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가 같지 않았고, 오히려 원수지간처럼 보였다.

박은영은 무심코 창 밖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건물을 발견하자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경시 구청.

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심경훈을 돌아봤다. "왜 이곳에 온 거죠?"

차 문을 열고 내린 심경훈은 그녀의 물음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돌아봤다.

"가족 분들이 아가씨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아가씨의 집안이 처한 상황에서 저와 결혼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겁니다."

박은영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멍해지며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 우리 집안이 처한 상황?'

그녀는 문득 큰 오빠가 보낸 메시지에 적힌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말을 떠올렸다.

박씨 가문이 어려운 위기에 처해, 큰 오빠가 이런 방식으로 박씨 가문을 지키려 하는 걸까?

그녀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큰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차가운 안내 음성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박은영의 마음은 점점 깊은 나락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3년 전, 그녀는 육정찬을 위해 집을 떠나 가족들과 연을 끊었다.

이제 박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는데, 자신이 피할 자격이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결혼쯤이야, 누구와 하든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박씨 가문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불길 속이라도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 것이다.

박은영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차 문을 열었다. "가요."

심경훈은 그녀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구청으로 들어갔다.

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을 마치는 데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구청을 나선 심경훈은 결혼 증명서를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열쇠 하나를 꺼내 박은영에게 건넸다.

"운수만 8번지입니다. 혼자서 짐을 옮기세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차에 올라타 떠났다.

박은영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자리에 멈춰 섰다.

'결혼이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하지만 꽤 나쁘지 않았다.

정략결혼일 뿐, 굳이 서로 얽매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결혼 증명서와 열쇠를 가방에 넣고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 박씨 저택으로 가주세요."

30분 후, 택시는 박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

박은영은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눈앞에 익숙한 저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시울이 순간 뜨거워졌다.

3년 전,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이곳을 떠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 당시 그녀는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육정찬이 자신의 종착역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대문이 천천히 열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왔고, 그 뒤를 두 명의 하인이 따라붙었다.

"아가씨! 아가씨가 돌아오셨네요!"

박은영의 앞에 멈춰 선 오 집사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가씨, 많이 야위였네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잡사를 본 박은영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그의 팔을 조심스레 부축했다. "오 집사님, 저 돌아왔어요."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오 집사는 눈물을 훔치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박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 집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큰 오빠와 둘째 오빠는 어디에 있어요?" 박은영은 무심하게 물었다.

"큰 도련님은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아가씨가 오늘 돌아온다고 미리 말씀하셔서 저택에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둘째 도련님은 해외에 나가 있어 아가씨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아직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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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75장

  1. 1장제1화 배신
  2. 2장제2화 쓰레기 같은 남자 차버리기
  3. 3장제3화 혼인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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