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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날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지 마

몇 초간 멍하니 생각에 잠긴 임하늘은 그제야 그가 이우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단답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는 바로 답장했다. [오늘 맞선 봤는데, 밥은 안 먹고 음료만 마셨어요. 총 4천 원이 들었는데, 잘 안됐으니 반반씩 내는 걸로 해요.]

'고작 4천 원일 뿐인데 반반씩 내자고?'

정말이지 짠돌이도 이런 짠돌이가 없었다.

'그냥 경박한 자식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쪼잔하기까지 하다니.'

다시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던 임하늘은 바로 그에게 2천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우진은 그녀가 보낸 돈을 받지 않고 다시 메시지를 보내 왔다.

[현금으로 줘요. 내일 오전, 어제 그 장소에서 기다릴게요.]

임하늘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설마 정말 미친 놈인가?'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에는 일이 있어서 안 돼요. 오후에 만나요.]

한참이 지나서야 그에게서 차가운 답장이 도착했다.

[네.]

다음 날 아침, 임하늘은 다시 최 아줌마를 따라 맞선을 보러 갔다.

오전 동안, 그녀는 세 명의 남자와 맞선을 봤다.

한 명은 마을에서 근무하는 수학 선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시내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였으며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사업을 하는 아이 딸린 돌싱남이었다.

전부 배가 불룩하게 나온 아저씨가 아니면,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찬 남자였다.

정말이지 누구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임하늘이 이제 끝났다고,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최 아줌마가 그녀를 이끌고 다음 맞선 장소로 향했다.

마지막 맞선 상대는 25살의 강준우였다.

강준우는 말을 꽤 잘했다. 만나자 마자 예쁘다고, 피부가 좋다고 그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핑계를 찾아 그를 거절했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인데 연애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에게 거절 당했으나 강준우는 별로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누나, 연인이 되지 못해도 친구로 지낼 수 있잖아요!"

임하늘도 시원하게 대답했다. "네, 좋아요."

"제가 마침 볼일이 있어 친구와 함께 시내에 갈 건데, 가는 길에 누나를 집까지 태워다 그릴게요."

"네, 고마워요." 날씨가 추운데, 공짜로 차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강준우와 함께 밖으로 나오자, 도로변에 검은색 SUV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남자가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올 블랙 차림이라 그런지, 그의 모습은 더욱 차갑고 거칠어 보였다.

하지만 자욱한 담배 연기가 그의 뚜렸한 이목구비를 약간 부드럽게 보이게 만들었고, 강인함이 조금 줄고 준수함이 더해졌다.

인기척을 들은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내,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자욱한 연기를 뚫고 그녀에게 꽂혔다.

그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임하늘은 자리에 얼어붙었다.

'뭐야? 짠돌이 이우진이잖아?'

"우진 형, 이분은 임하늘 누나야. 오늘 나랑 맞선을 봤어." 강준우는 이우진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마침 가는 길이 같아. 우리 가는 길에 예쁜 누나를 집에 데려다 주자!"

이우진은 대답하지 않고 무심한 눈빛으로 임하늘을 쳐다봤다.

오늘도 역시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마치 옥으로 만든 도자기처럼 눈길을 끌었다.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머리를 반쯤 묶어 올린 그녀의 이마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 있었고, 우아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여전히 차갑게 얼어 붙어 있었다. 그로 인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차갑게 느껴졌다.

"어?" 이우진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우연이네요."

"오전에 일이 있다고 하더니…" 이우진은 일부러 목소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또 맞선을 본 거에요?"

"네, 우연이네요."

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임하늘은 담담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나이가 많아서 집에서 자꾸만 재촉하거든요."

이우진은 담배를 입에 문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우진 형, 두 사람 아는 사이야?" 강준우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응."

이우진은 담배를 끄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숨기지 않고 말했다. "어제 나랑 맞선을 봤어."

"왜 일찍 말하지 않았어?!" 강준우는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정말? 그럼 형수님이잖아?"

"…" 순간, 임하늘은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역시 이우진의 친구답게, 강준우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임하늘은 차를 얻어 타고 싶은 생각이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우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코치님, 차는 타지 않을 게요. 저 일이 있어서 이만."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천원 짜리 지폐를 주장 꺼내 차 보닛 위에 올려놓았다. "현금 2천 원이에요, 지금 돌려줄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즉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만에 임하늘은 다시 돌아와 2천 원을 더 올려놓고 이우진을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제가 산 걸로 해요."

이우진은 보닛 위에 올려진 4천 원을 흘깃 쳐다보고는 임하늘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내, 차갑기만 하던 그의 얼굴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우진 형, 둘이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강준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형이 맞선을 볼 성격이 아니잖아! 말해 봐. 그 누나 대체 누구야?"

이우진은 보닛 위에 올려진 4천 원을 손에 들고 한참을 쳐다봤다. "넌 몰라도 돼."

강준우는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진 형, 형은 통이 큰 사람이잖아! 4천 원을 돌려달라고 하다니, 말도 안돼! 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우진은 고개를 들어 임하늘이 떠난 방향을 바라봤다.

"연애 좀 해보려고."

맞선에 실패한 임하늘은 안미진의 잔소리를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임하늘은 독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안미진에게 이 생각을 말하자, 차갑기만 하던 안미진의 얼굴에 갑자기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하늘아, 이사할 거면 시내로 이사 가. 마을 사람들은 입이 너무 가벼워서 만약 마을로 이사 하면, 이웃들이 나와 네 외삼촌을 비웃을 거야!"

그녀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던 임하늘은 바로 동의했다.

다음 날, 그녀는 롱 패딩을 챙겨 입고 집을 알아 보려고 시내로 향했다.

마침 장 날이라 그런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기세라면, 대도시의 출근길 지하철보다 더 붐빌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두손 가득 설날을 보낼 물건들을 들고 있었고 그 중에는 살아있는 닭과 오리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오직 임하늘만 빈손으로 그들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 있었다.

그때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원래는 잘만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버스에 몰려들었다. 임하늘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치여 버스에 올라탔다.

그녀가 버스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뒤에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그녀의 패딩을 확 잡아당기며 버스에서 끌어내렸다.

그 바람에 그녀는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갑자기 나타난 팔이 그녀를 부축해 주었고 그녀의 등은 누군가의 든든한 가슴에 밀착 되었다.

이어,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조심해요, 임 아가씨."

깜짝 놀란 임하늘은 제대로 서자마자 재빨리 돌아섰고 이우진의 깊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올 블랙 차림이었고 어제와 똑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고마워요."

이우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임하늘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이미 정류장을 떠난 버스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우진의 시선이 피가 맺힌 그녀의 손가락에 고정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차에 기대 서더니 담배를 꺼내 물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여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시내에 가려고요?"

임하늘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네."

"타요." 이우진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연기 사이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마침 저도 시내에 가는 길이에요."

"아니요, 다음 버스를 기다릴 거에요."

이우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배 재를 털었다. "임 아가씨, 실례 좀 할게요."

임하늘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우진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은은한 비누 향이 그녀의 코끝을 스쳤고, 그녀는 이우진의 품에 꼭 안기고 말았다.

임하늘은 이우진의 뚜렸한 턱선을 빤히 쳐다보며 몸부림쳤다. "내려줘요."

이우진은 대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를 조수석에 앉혔다.

차 안은 깨끗했고, 대시보드 위에는 귀여운 도라에몽 피규어가 놓여 있었다.

이우진의 상남자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피규어였다.

"이 코치님." 임하늘은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내리 깔고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우진은 태연하게 차 문을 닫고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맞선은 실패했지만, 친구로 지내는 건 괜찮잖아요?"

"문 열어요. 내릴 거예요."

이우진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당기더니 정말로 그녀와 친구로 지내기로 마음을 먹은 건지 대뜸 말을 놓았다. "손 다쳤잖아."

임하늘은 그제야 자신의 오른손 검지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버스에 올라탈 때,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대나무에 긁힌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빼내려고 했으나, 이우진의 놀라운 힘에 의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이지 마. 약 발라줄게."

임하늘은 결국 체념할 수밖에 없었고 그가 글러브 박스에서 소독약과 면봉, 반창고를 꺼내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이우진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서툴지만 조심스레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치료하는 내내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바닥 온도가 서서히 섞였고, 차 안에는 어색하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임하늘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완벽에 가까운 잘생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정말이지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진지한 모습은 그래도 봐 줄만 하네.'

"날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 보지 마." 이우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난 쪼잔한 놈이야. 네가 날 뚫어지게 쳐다 본다면. 나도 널 뚫어지게 쳐다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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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36장

  1. 1장제1화 경박한 이 코치
  2. 2장제2화 날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지 마
  3. 3장제3화 나는 변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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