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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변태가 아니야

민망했던 임하늘은 눈을 깜박이더니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역시나, 뼈 속까지 새겨진 그의 경박함은 여전히 눈에 거슬렸다.

상처를 치료를 마친 뒤, 그는 차를 출발 시켰다.

"시내에 볼 일이 있어?" 이우진이 운전하며 물었다.

"네."

"무슨 일인데?"

"집을 구하려고요."

이우진의 눈에 언뜻 놀란 기색이 스치더니 이내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앞으로 용평에서 지낼 생각이야?"

임하늘은 대충 얼버무렸다. "뭐 그럴 수도 있구요."

현재, 그녀는 수중에 돈도 없고 몸도 좋지 않다. 그래서 당분간 고향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구정을 보내고 나서 근처에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고 돈을 모은 뒤, 다시 나중을 생각할 계획이었다.

몇 마디 대화가 오간 뒤,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피곤했던 임하늘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검은색 외투가 덮여 있었다.

'쪼잔한 이우진에게 이렇게 세심한 면도 있네?'

운전석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한 임하늘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창문 밖으로 이우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차에 기대서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훤칠하고 덩치가 좋았고 검은 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으나 그의 탄탄한 근육 라인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저 자연스레 서있을 뿐인데도 강한 남자의 매력이 느껴졌다.

그때, 마침 이우진이 고개를 돌렸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차갑기만 했던 그의 눈빛이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장난기가 떠올랐다. 그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입을 열었다. "깼어?"

임하늘은 유리창 너머로 그의 입 모양을 읽었다.

임하늘은 차에서 내려 그에게 외투를 건네며 말했다. "고마워요."

"친구 잖아." 이우진은 외투를 팔에 걸치고 일부러 강조했다. "친구끼리 고맙단 말은 안 해도 돼."

"…" 임하늘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화제를 돌렸다. "저 얼마나 잤어요?"

최근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어 그녀는 자꾸만 잠이 쏟아졌다.

"40분 정도."

"오늘 고마웠어요." 임하늘은 갑자기 생각난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물었다. "이 코치님, 기름값도 나눠서 계산하실 거죠? 이 코치님에게 손해를 끼칠 순 없어요."

"사실 어제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반반 내자고 했던 건 그저 핑계일 뿐이고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게, 내 진짜 목적이야." 이우진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더니 몸을 살짝 숙이고 싱긋 미소 지었다.

"게다가 손해를 보는 게 복이라는 말도 있잖아. 난 손해 보는 게 좋아."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데다 이우진의 눈빛이 너무 뜨겁고 매혹적이었다. 그 탓에 임하늘은 왠지 침범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위기감을 느꼈다.

'이 자식은 선수야. 그것도 선수 중의 선수!'

'연애를 몇 번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익힐 수 없는 능숙한 유혹 기술을 가지고 있어!'

임하늘은 차갑게 실소를 흘리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 일 보러 갔다.

그녀는 오전 내내 집을 보러 다녔지만, 적당한 집을 찾지 못했다. 전부 가격이 비싸 그녀의 예산을 초과했던 것이다.

시내 원룸의 월세는 16만 원부터 시작했고, 3개 월치 월세를 일시불로 내야 했다. 거기에 보증금까지 더하면 최소한 몇십 만원이 필요했다.

수중에 돈이 없는 그녀는 요즘 신용카드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녀는 월세 10만원 정도의 집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중개인은 꿈도 꾸지 말라며 원룸도 14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오후, 임하늘이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중개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랜드 파크 근처에 원룸이 하나 나왔는데, 집주인이 내일 외지로 떠나게 되어 오늘 급하게 세입자를 구한다고 했다. 월세는 10만 원이고, 매달 지불해도 된다고 했다.

그야말로 그녀의 예산에 완벽히 부합하는 집이고 하늘에서 떡이 떨어진 셈이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다른 사람에게 집을 빼앗길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당장 중개인을 찾아가 계약서에 사인했다.

집 계약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번역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였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어젯밤에 구직 어플로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오늘 바로 전화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는 통지를 받았다. 게다가 운 좋게 회사도 그랜드 파크 근처였다.

면접 과정은 순조로웠다. 사장은 열정적이고 솔직한 현지 여자였는데, 빨간 입술과 곱슬 머리가 인상적이었고 성숙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녀가 경북 대학교를 졸업했고 유명 번역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사장은 즉시 그녀를 채용했고, 구정 연후가 끝나면 출근하라고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내의 급여는 대도시인 경북보다 절반이나 적었다.

면접을 마친 임하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 뒤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수님!"

임하늘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강준우씨?"

"형수님, 시내에 무슨 일로 오셨어요?" 강준우는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우진 형 보러 오셨죠?"

'이 자식은 왜 입만 열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하... 미치겠네.'

"함부로 부르지 마요. 저 이우진씨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알겠어요, 알겠어요." 강준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형수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임하늘은 그제야 영어 학원 옆에 복싱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입구에는 눈에 띄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질풍 복싱.

'이거 이우진의 복싱관이잖아?!'

너무나도 기막힌 우연이었다.

임하늘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강준우는 그녀의 팔을 잡고는 복싱관 안으로 이끌었다.

1층에는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고, 학부모들은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준우와 그녀의 팔을 잡아 끌고 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형수님,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요." 강준우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형수님, 직접 걸어갈래요, 아니면 제가 계속 끌고 갈까요?"

"…" 임하늘은 짜증난 얼굴로 강준우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래, 뭐. 차라리 잘 됐어.'

그녀는 이우진을 만나면 강준우가 왜 자신을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지 그에게 따지려고 했다.

2층은 성인반 수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임하늘은 대충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우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형수님." 강준우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속삭였다. "우진 형은 단체 수업은 하지 않고, 1대1 개인 코칭만 진행해요."

임하늘은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관심 없는데요?"

강준우는 그녀가 궁금해 하든 말든 제멋대로 설명을 늘어 놓았다.

"형수님, 우진형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복싱, MMA, 유도 및 삼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특수부대 출신이라 실력도 엄청나요. 형수님이 우진형과 결혼하면 시내에서 형수님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특수부대 출신? 그렇게 경박한 군인도 있나? 군인이라고 다 듬직한건 아닌가 보네.'

이우진에게 관심이 없었던 임하늘은 대꾸 하지 않고 강준우를 따라 2층 왼쪽 끝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강준우는 노크도 하지 않고 벌컥 문을 열었다.

"우진형, 형수님께서 오셨어!"

강준우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녀를 방 안으로 밀어 넣더니 문을 닫자마자 허겁지겁 도망쳤다.

순간, 임하늘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눈이 휘둥그래진 채, 자리에 얼어붙었다.

눈앞의 이우진은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고,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방금 운동을 마친 게 분명했다.

그는 상의를 입지 않고 검은색 복싱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땀방울이 그의 뚜렷한 턱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목울대를 지나 탄탄한 가슴 근육을 거쳐 마지막에는 바지 허리춤에 스며들었다.

보기만 해도 피가 끓어오르는 몸매였다.

"어이, 친구."

이우진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그녀를 쳐다봤다. "반나절도 안 됐는데, 벌써 내가 보고 싶었어?"

임하늘은 서둘러 그의 복근에서 시선을 거뒀다. "혹시 자아도취형 인격 장애가 있는 건 아니죠?"

"그럼 여긴 왜 왔어?"

"강준우 씨 덕분이죠."

"그래?"

이우진은 수건을 내려놓고 한 발짝 한 발짝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애정이 스쳤다. "설마 날 미행한 건 아니지?"

그를 피해 물러서던 임하늘은 등이 문에 닿았고,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급기야,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이우진의 잘생긴 얼굴이 바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의 눈빛에는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가 공기 중에 퍼뜨린 남성 호르몬의 작용 탓일까? 임하늘은 저도 모르게 숨결이 흐트러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가슴을 밀쳤다. "비켜요."

손가락이 그의 피부에 닿는 순간, 임하늘은 그가 상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손가락 끝에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촉감에 그녀는 민망하고 창피했다.

이우진은 몸을 살짝 숙이더니 그녀에게 더욱 바싹 다가섰다. 그리고는 애매하지만 명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이 친구, 지금 내 가슴을 만진 거야?"

'이 자식, 미친 놈이 분명해.'

임하늘은 그대로 멈춰 선 채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개만 살짝만 들어도 그의 턱에 입술이 닿을 것 같았던 것이다. "미쳤어요? 난 변태가 아니에요."

다음 순간, 이우진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에 억지로 갖다 댔다.

"변태면 어때? 괜찮으니까, 나한테 변태 짓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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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36장

  1. 1장제1화 경박한 이 코치
  2. 2장제2화 날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지 마
  3. 3장제3화 나는 변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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