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391/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제2화 그녀의 건우는 죽었다
이때, 웨이터가 다시 해장국 한 그릇을 가져왔다.
다급했던 나머지 이마에 식은땀이 잔뜩 맺힌 매니저가 쟁반을 낚아채 시하린의 손에 쥐여주었다.
"뭘 멍하니 서 있어! 얼른 안 도련님께 가져다드리고 사죄해!"
시하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송명희가 갑자기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할게요."
다음 순간, 그녀의 팔꿈치가 무심코 쟁반 끝을 툭 쳤다. 보기에는 실수인 것 같았다.
그릇이 갑자기 기울어지며, 짙은 갈색의 해장국 절반 이상이 그녀의 새하얀 드레스에 고스란히 쏟아졌다.
"아앗!"
송명희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하얀 치맛자락에 순식간에 눈에 띄는 커다란 얼룩이 번졌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고, 억울한 나머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 드레스..."
시하린은 반 그릇 정도 남은 해장국을 단단하게 받쳐 든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곧이어 사방에서 비난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이 종업원 대체 뭐야? 일부러 그런 거지!"
"감히 송명희 씨에게 해장국을 쏟다니, 죽고 싶은 거야?!"
매니저는 혼비백산하여 시하린의 어깨를 붙잡아 힘껏 아래로 짓눌렀다.
"안 도련님, 송명희 씨, 정말 죄송합니다! 신입이 아직 일에 서툴러서요. 당장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송명희는 눈가를 닦으며 코웃음을 쳤다. "사과요? 이 드레스는 건우 오빠가 절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해 준 거예요. 1억 6000만원인데, 이 여자가 물어낼 수나 있겠어요?"
1억 6000만원.
시하린은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탕이나 뛰며 한 달을 꼬박 일해도 겨우 200만원 남짓 저축할 수 있었다.
매니저는 몰래 그녀를 세게 꼬집으며 목소리를 낮춰 협박했다.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우리 다 죽일 작정이야?"
시하린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새빨개진 눈으로 안건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과 5년 동안 밤낮으로 함께 지냈던 남자가, 자신이 짓밟히는 모습을 정말 이렇게 두 눈 뜨고 지켜만 볼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안건우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보았다.
금테 안경 너머의 눈동자는 메마른 우물처럼 차가웠고,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마치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그와 아무 상관 없는 낯선 사람인 것 같았다.
몇 초 뒤, 그는 고개를 돌려 다정한 목소리로 송명희에게 말했다. "화내지 마, 내가 다시 하나 사줄게."
시하린의 속눈썹이 심하게 떨렸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도 물어낼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약속했다.
이어서 안건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일말의 온기도 없이 차가웠다.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이 순간, 시하린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끊어지는 소리를 분명하게 들었다.
매니저는 여전히 귓가에서 이를 갈며 재촉했다. "이번 달 월급 받기 싫어? 얼른 사과해!"
어머니는 아직 병원에 누워 계셨고, 매일 먹어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기에, 약을 끊을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이 직장을 잃을 수 없었다.
자존심은 현실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시하린은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안건우를 바라봤다. 마치 눈앞의 이 차가운 남자와 기억 속의 다정했던 건우를 완전히 분리해 내려는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굽혔지만, 무릎은 꼿꼿하게 폈다.
"죄송합니다, 송명희 씨. 제 손에 있던 탕 때문에 드레스가 더러워진 점, 사과드립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허리를 꼿꼿이 폈고, 눈빛은 전혀 기죽는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쪽이 스스로 쟁반에 부딪힌 겁니다. 그것을 제 잘못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송명희의 얼굴에 떠올랐던 득의양양함이 한순간 굳어지더니, 이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끝까지 입만 살았네. 역시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자기 분수를 모른다니까."
안건우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송명희는 손을 뻗어 그의 팔짱을 끼며 억울한 듯 말했다. "건우 오빠, 나 저 여자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분명 자기가 일부러 나한테 쏟아놓고, 이제 와서 적반하장으로 나오잖아."
짧은 침묵 후, 안건우는 시선을 돌렸다. "경비원, 이 여자 끌어내."
두 명의 경비원이 즉시 다가와 시하린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시하린은 발버둥 치지도, 애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그들이 자신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았다.
찬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 안건우의 옆모습은 차갑기만 했고, 송명희는 그의 곁에 다정하게 기대어 있었다.
마치 그들이야말로 같은 세계의 사람인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기댄 시하린의 입술 사이로 가벼운 실소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순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건우는 죽었다.
기억을 되찾고 안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돌아간 그날, 그는 죽어버렸다.
챕터 목록
총 87장
/0/45676/coverbig.jpg)
/0/90080/coverbig.jpg)
/1/105039/coverbig.jpg)
/1/100425/coverbig.jpg)
/0/92890/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
/1/131304/coverbig.jpg)
/1/131302/coverbig.jpg)
/1/129327/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