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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와 그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다시 깨어났을 때, 강서연은 온몸이 으스러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욕실에서 솨아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고, 어젯밤의 광기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도는 듯했다.
강서연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서야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 미쳤다.
자신의 약혼식에서 약혼자의 사촌 동생을 꼬시다니...
물소리는 금세 멈췄다.
송기준이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이미 가운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머리카락은 약간 젖어 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소파로 다가가 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들어 강서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파도 하나 없이 고요했고, 목소리에도 아무런 억양이 없었다.
"깼어요?"
강서연은 몸을 일으켜 앉아 입을 열어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목이 말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송기준은 담배를 두 모금 빨았는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를 어딘가 신비롭게 보이게 했다.
그가 담배를 다 피우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간이 아주 크군요."
송기준은 강서연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감히 약혼식에서 약혼자의 사촌 동생을 방으로 끌어들이구요. 강서연 씨, 정말 취해서 막 나간 건거에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거에요?"
송기준의 눈빛이 너무 날카로웠던 탓인지,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뒤로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말했다. "전 정말 취했었어요. 송 의사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은 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요."
송기준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다시 그 차갑고 거리감 있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러죠."
강서연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자, 송기준은 어느새 새 셔츠를 입고 여유롭게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강서연의 시선과 마주치자, 송기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제3자가 알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병원에 수술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문가로 걸어가던 그는 걸음을 멈췄지만,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침대 협탁에 약이 있어요."
목소리는 담백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잊지 말고 먹어요."
문이 가볍게 닫혔다.
방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강서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침대 협탁에 놓인 피임약을 보며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과연 의사답게, 참으로 철두철미했다.
그는 그녀가 임신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
송기준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10시 반이었고, 수술 시작까지는 30분이 남아 있었다.
조수 양종훈은 이미 탈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송기준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는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
"오, 송 과장님 오늘 안색이 좋으신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가까이 다가가자, 양종훈은 송기준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맡았다.
"아니, 몸에서... 왜 술 냄새가 나죠? 게다가 과장님 것도 아닌 여자 향수 냄새까지?"
양종훈은 일 년 내내 여자들 틈에 섞여 지내는 데다 의사이기까지 해서, 개코보다 예민했는데 순식간에 냄새를 맡아냈다.
"말해봐요, 여자 생겼죠?"
지금의 양종훈은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 같았다.
송기준은 그를 무시하고 옷장을 열어 의사 가운을 꺼냈다.
그는 여유롭게 소매 단추를 채우며, 진료 기록부를 읽는 것처럼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어젯밤 고씨 가문의 약혼식에서 몇 잔 억지로 마셨어."
"고씨 가문의 약혼식이요?"
양종훈은 멍해졌다가, 이내 어젯밤이 송기준의 그 쳐죽일 사촌 동생 고진수의 약혼식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어젯밤 약혼식이 파투 났다는 소문을 들었고, 미처 알아볼 새도 없이 송기준이 출근했던 것이다.
그는 눈을 반짝였다.
"고씨 가문에 과장님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감히 과장님한테 술을 먹이다니요? 어떤 영웅입니까?"
"강서연."
송기준의 말투는 담담했다.
"아, 강서연... 강? 서연이요?" 양종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씨 가문의 그 파산한 따님 말입니까? 과장님 사촌 동생 고진수의 약혼녀이자, 어젯밤의 여주인공인 강서연이요?"
그는 너무 놀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송기준은 눈을 들어 그를 힐끗 보았고, 시선은 약간 서늘했는데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응."
양종훈은 송기준의 그 눈빛에 약간 오싹해졌지만, 그래도 생겨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여자가 왜 과장님한테 술을 먹였답니까?"
송기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신랑이 약혼식에서 대놓고 바람을 피웠으니, 견디지 못하고 취한 것도 인지상정이지."
그는 자신과 강서연의 관계를 세상 사람 모두가 알게 떠벌릴 생각이 없었다.
"그 여자가 취했는데, 과장님 몸엔 왜 향수 냄새가 밴 겁니까?"
"내가 호텔에 데려다줬으니까."
송기준은 명찰을 집어 옷깃에 달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약간의 거리감이 배어 있었다. "취해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길래, 내가 데려다줬어."
양종훈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데려다줬다고요? 송 과장님이 언제 남이 취하든 말든 신경이나 썼습니까?"
이 병원은 모두 송씨 가문 명의였고, 송기준은 귀국한 정형외과 교수였다. 평소 그에게 안부를 묻고 챙겨주는 여의사나 여간호사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수단을 써서 그를 차지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씁쓸하게 물러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 강서연은 도대체 뭐가 다른 거지?
양종훈의 날카로운 눈빛에 송기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고씨 가문 사람이 망신당하는 걸 굳이 남들 앞에 떠벌릴 필요는 없잖아. 난 그저 가는 김에 데려다 줬을 뿐이야."
그 한마디로 모든 애매모호함을 깨끗하게 떨쳐냈다.
냉정하고, 체면을 차리며, 빈틈없는 모습이 마치 수술의 마무리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
양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생각해보면 과장님이 다른 여자한테 관심 가질 리도 없고요. 어쨌든 맹윤정이 과장님 때문에 영국에서 돌아왔는데..."
"그 분은 맹 선생님의 딸이야."
송기준이 그의 말을 끊었고, 말투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귀국해서 활동하는 건 맹 선생님이 그녀의 미래를 위해 세운 계획 중 하나일 뿐,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양종훈은 멍해졌고, 미처 무슨 말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송기준은 이미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걸어 들어갔다.
챕터 목록
총 6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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