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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건 당신 딸의 유골이야!
"사모님."
소지윤이 전화를 끊자, 송 집사가 공손히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제가 대표님 지시대로 용성에서 가장 좋은 구역에 연이 아가씨를 위한 묘지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소지윤은 품에 안은 작은 유골함을 꽉 끌어안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연이를 해성에 안장하고 싶어요."
문시혁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상, 앞으로 그녀도 해성에서 살게 될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연이가 자신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송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송 집사는 소지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해성으로 떠나시기 전에 집에 들러 연이 아가씨의 물건을 좀 정리하시겠습니까?"
여자는 품 안의 유골함을 꽉 껴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지윤이 캐리어를 끌고 연이의 유골을 안은 채 서용준과의 신혼집에서 걸어 나왔을 때, 마침 서용준의 차가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서용준은 서둘러 조수석 쪽으로 돌아가 백소희를 다정하게 부축했다. "천천히 내려."
"언니?"
백소희는 차에서 발을 내딛자마자 문 앞에서 캐리어를 끌고 있는 소지윤을 발견했다.
"가출이라도 하시는 거예요?"
백소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엔 놀란 기색이 역력하더니, 이내 억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서용준을 바라보았고,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용준 오빠, 제가 말했잖아요, 저를 이렇게까지 챙겨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다 저 때문이에요..."
백소희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제가 생리통으로 힘들 때 오빠를 찾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 때문에 언니가 연이가 죽어간다고 거짓말까지 하게 만들고, 오빠가 저를 데리고 집에 온 틈을 타서 가출까지 하잖아요..."
사실 서용준은 소지윤이 캐리어를 끌고 떠나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그녀를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닌가 싶어 마음속으로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백소희의 말이 그를 일깨워 주었다.
'이 여자는 분명 또 연기를 하고 있는 거야!'
소지윤은 연이를 그렇게나 끔찍이 아꼈고, 연이는 그녀의 목숨과도 같았다!
만약 연이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녀가 짐을 챙기러 돌아올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그가 백소희를 데리고 돌아온 타이밍에 맞춰서 가출하는 연극을 벌이면서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남자의 입가에 일말의 조소가 떠올랐다. "소지윤."
그는 소지윤을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도 그렇게 말을 안 듣고 기어코 연예계에 들어가 연기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연이를 낳고 나서야 겨우 얌전해졌지."
"왜, 이제 또 못 참겠어? 현실에서 내게 연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연기에 중독됐어?"
남자의 얼굴에 떠오른 조롱 섞인 표정을 보자 소지윤은 왠지 모를 처량함을 느꼈다.
이 남자가 바로 그녀가 당시 아버지의 유언을 거역하면서까지 기를 쓰고 시집가려 했던 사람이었다.
백소희와 그는 알게 된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온갖 순종을 다 하며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믿었다.
반면 소지윤은 수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서용준을 돌보았고, 그를 위해 딸까지 낳아 주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소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털어 그가 창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것은 이런 결과뿐이었다.
"서용준."
소지윤은 그를 올려다보았고, 입술은 갈라져 있었으며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나 거짓말한 거 아니야. 연이는... 죽었어."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녀가 직접 딸이 죽었다는 이 몇 글자를 입 밖으로 낼 때면 목소리가 메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용준의 눈에는 그런 슬픔조차 전부 연기로 보였다.
서용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가 어린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소지윤, 너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야!"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연이는 사람이라고! 네가 질투하는 데 쓰는 도구가 아니란 말이야!"
"언니." 백소희도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시울을 붉힌 채 애처롭게 말했다. "용준 오빠가 저를 챙겨주는 게 싫으시면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왜 자꾸 연이를 저주하시는 거예요?"
"용준 오빠가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연이를 예뻐한다고 해서, 이런 일로 오빠를 겁주고 협박하시면 안 되죠. 오빠는 언니네 가정을 위해 밖에서 바쁘게 일하느라 이미 충분히 힘드신 분인데..."
그 말에 서용준의 눈빛에 마침내 일말의 동요가 스쳐 지나갔다.
'소희는 늘 이렇게 배려심이 깊어.'
'질투밖에 할 줄 모르는 소지윤과는 달라.'
'소지윤은 내가 얼마나 힘들고 지쳐 있는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
"됐어요, 그냥 제가 갈게요."
백소희는 다시 한번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언니, 언니도 더 이상 저 때문에 불쌍한 연이를 저주하지 마세요. 전 그냥 빈혈일 뿐이에요... 죽지 않아요."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서용준은 황급히 백소희의 손을 잡고는, 차가운 시선으로 소지윤을 노려보았다. "다 저 여자가 질투심이 너무 심해서 그런 거야."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바라보던 소지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더는 그들과 말 한마디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캐리어를 끌고 길가로 걸어갔다.
그러자 백소희가 쫓아와 뒤에서 그녀의 캐리어를 붙잡았다. "언니!"
"이거 놔!"
"못 놔요!"
백소희는 소지윤의 앞으로 돌아가 눈물을 글썽였다. "가지 마세요, 용준 오빠랑 그만 다투시면 안 돼요? 오빠가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실 수 없나요?"
말을 마친 백소희는 소지윤이 줄곧 품에 안고 있던 분홍색 상자를 힐끗 보았다.
여자의 눈에 순간 교활한 빛이 스치더니, 곧바로 손을 뻗어 상자를 빼앗으려 들었다.
소지윤은 흠칫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는 분노하며 말했다. "건드리지 마!"
그녀가 피하자 백소희는 곧장 서용준을 향해 소리쳤다. "용준 오빠, 언니가 계속 안고 있는 이 상자, 언니한테 엄청 중요한 물건인가 봐요!"
"빨리 와서 뺏는 것 좀 도와주세요. 우리가 이걸 가져오면, 언니도 홧김에 떠나겠다고 떼쓰지 않을 거예요!"
사실 서용준은 이미 소지윤에게 완전히 실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백소희가 자신과 소지윤의 사이를 되돌려 보려고 그토록 애쓰는 모습을 보자 내심 조금 감동했다.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그 물건 소희한테 줘!"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짜고짜 상자의 한쪽 끝을 잡고 강제로 빼앗으려 했다.
그러자 소지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날 건드리지 마! 이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하지만 소지윤은 힘이 약한 데다 앞서 당한 교통사고로 두 다리까지 다친 상태였다.
그 상자는 결국 서용준에게 빼앗기고 말았고, 그는 그것을 백소희에게 건넸다. "자."
백소희는 만족스럽게 상자를 받아 들었다. "언니, 대체 여기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애지중지하시는 거예요..."
"으악! 이게 뭐야, 너무 징그러워!"
"안 돼―!" 소지윤은 가슴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상자는 백소희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부딪혔다.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 회백색 가루가 저녁 바람에 휩쓸려 사방으로 흩날렸다.
소지윤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연아... 연아..."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떨리는 두 손으로 흙먼지와 섞인 유골을 모아 쥐었지만, 유골은 다시 손가락 틈 사이로 흘러내렸다.
소지윤은 고개를 들어 서용준을 바라보더니, 목구멍에서 겨우 쥐어짜 낸 듯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용준, 이건 당신 딸의 유골이야!"
챕터 목록
총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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