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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너 설마 아직도 날 못 잊은 건 아니지

육한별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육씨 가문 큰아가씨?

얘가 무슨 놈의 큰아가씨란 말인가.'

여덟 살 되던 해 육씨 가문에 되찾아진 이후로, 그녀는 이미 8년 동안 길러진 그 수양딸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시절, 강하준의 어머니가 그녀 앞에서 울며 무릎을 꿇고 "하준이는 강씨 가문의 유일한 아들이고, 곧 집으로 돌아와 가업을 물려받아야 해. 그 애한테는 격에 맞는 아내가 필요하지, 내세울 것 없는 뚱뚱한 여자가 필요한 게 아니야"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발목을 잡지 않는 것, 그것이 그녀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다만 지금 남자는 존귀한 신분이 되었고, 그녀는 그때보다 더 초라해졌다.

육한별은 수치스럽고 난감해서, 그저 처참한 심정으로 계속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전 그쪽 모르는데요, 유 의사 선생님 불러주세요."

"유 의사는 응급 수술이 있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 너를 검사할 수 없어. 바지 벗고 저쪽 침대에 누워."

강하준은 다시 장갑을 끼기 시작했고, 소독액을 뿌리며 길고 가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마치 매번 정사를 치르기 전의 의식처럼, 그녀가 자신의 손끝에서 빠져드는 것을 지켜보려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남자의 눈빛에는 야릇한 정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고, 오직 차가운 조롱만이 담겨 있었다.

육한별은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강하준,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남자의 차가운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인정한 것이 몹시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번진 미소에는 장난기와 조롱이 섞여 있었다. "이제 모르는 척하지 않네? 육한별, 내가 왜 일부러 그러겠어? 내가 예전의 나의 걸작을 검사하기 위해서?"

육한별은 두 손을 꽉 쥐었고, 몸은 활처럼 팽팽하게 굳었으며,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그리고 간신히 한마디를 쥐어짜 냈다.

"헤어지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 7년이나 지났는데 이런 짓으로 날 놀리니까 재밌어?"

남자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가늘고 긴 눈동자가 마침내 차분하게 이쪽을 바라보았다.

"육한별 씨, 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지금 네 꼴이 내가 신경 쓸 가치나 있다고 생각해?"

육한별은 강하준의 오만한 성격상, 그 시절의 이별로 이미 그녀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남자의 입에서 단 한마디의 좋은 말도 듣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지금은 그저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에 아예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 그래? 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난 지금 옛날에 너랑 너무 막 놀았던 게 후회돼. 이제 재벌가에 시집가야 하는데, 그 막을 복원하는 번거로운 짓까지 해야 하잖아. 아무래도 재벌가는 규칙이 많고, 처녀의 첫날밤 가치가 더 커서 가져다주는 이익도 훨씬 쏠쏠하거든. 너처럼 그냥 공짜로 즐기는 거랑은 다르지!"

"육한별!"

이 말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에 마침내 한 가닥 분노가 서리며 무섭게 으르렁 거렸다.

주변의 기압이 사람을 찢어버릴 듯했지만, 육한별은 오히려 그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떨려 나왔지만, 그녀는 고집스럽게 계속 말을 내뱉었다.

"좀 꽉 조이게 수술해 줘. 내 남편이랑 첫날밤 보낼 때 느낌이 별로인 건 싫거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차가운 검사 침대로 걸어갔고, 거의 마비된 손가락으로 자기 바지 단추를 풀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그녀의 등을 뜨겁게 태우고 있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것을 견뎌내며 계속할 수가 없었다.

"됐어, 그냥 다른 병원으로 갈래. 전 남친이 내 몸을 만져지면 내 남편이 신경쓰일 거야, 만약 정략결혼이 깨지면 난 누구한테 가서 울어야 해?"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가방을 집어 들고 떠나려 했지만, 손목을 덥석 붙잡히고 말았다. 뼈가 부서질 듯 엄청난 악력이었다.

"육한별, 넌 자존심이 없어? 이런 굴욕적인 짓을 하면서까지 재벌가에 빌붙으려고, 그땐 나랑 헤어졌어? "

7년 전의 질문을 다시 던졌다.

육한별의 가슴은 여전히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고, 잠시 후 고개를 들어 7년 전보다 더 잔인하게 웃었다.

"자존심이 돈을 벌어다 줘? 강하준, 너 설마 아직도 날 못 잊은 건 아니지? 왜, 그때 차인 걸로 부족해서 나한테 다시 한 번 차이고 싶어?"

육한별은 입으로는 가장 잔인하고 악독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저 숨이 막힐 듯 짓누르는 이 공간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사실 마음속은 이미 피바다가 되었고, 입안에는 쇠 맛이 나고 있었다.

남자는 손을 뻣뻣하게 풀었다.

그녀는 손목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진료실 문이 열렸다가 닫혔고, 흔들리는 문짝이 시간을 단절시키며 기억이 거의 겹쳐졌다.

그녀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강하준은 실소를 터뜨렸고, 그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어둡고 알 수 없었다.

'못 잊었다고?

정말 우습군.'

7년 전 헤어지던 그날, 육한별이라는 이름 석 자는 분명 그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웠다.

하지만, 막상 다시 만나게 되자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그의 마음은 또다시 온갖 감정들에 걷잡을 수 없이 휩싸이고 말았다.

'어쩐지, 어쩐지 그녀를 찾을 수 없다 했어.' 그녀는 그를 피하고 그깟 재벌가에 빌붙기 위해, 진작에 모습을 바꾸고 이렇게 마른 꼴이 되어있었다.

그는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서 폭발할 것만 같았고,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육씨 가문 큰아가씨 육한별 좀 조사해 봐. 누구랑 정략결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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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6장

  1. 1장제1화 제1장 한별아, 넌 물로 만들었어
  2. 2장제2화 너 설마 아직도 날 못 잊은 건 아니지
  3. 3장제3화 그와 똑같은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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