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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와 똑같은 알레르기

육한별은 병원을 떠나 차로 돌아오고 나서야, 두 손이 이미 차에 시동을 걸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바닥에는 손톱에 찔려 피멍이 여러 줄 나 있었다. 7년이다. 그녀는 강하준과 그들이 함께했던 3년 동안의 소소한 기억들을 모두 조심스럽게 자물쇠로 잠가두었다.

그녀는 자신이 건드리지 않기만 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린 재회는 또다시 잔인하게 그녀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며, 그녀가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비웃었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혀끝에는 억지로 침착함을 가장하려다 깨물어 난 달짝지근하고 비릿한 피 맛이 맴돌았다.

잊지 못한다 한들 어쩌겠는가. 그해의 그 볼품없었던 이별은 이미 그녀에게 돌아갈 길을 없애버렸다.

이때 가방 안의 휴대폰이 울렸고, 특정 벨소리에 그녀는 즉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육지안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 특유의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기색이 배어 있었다. "언니, 언제 집에 와요? 언니 보고 싶어요. 조각 케이크 사줄 수 있어요?"

육한별의 가슴이 콕콕 찌르듯 아파왔다.

그녀는 이 전화가 어머니가 재촉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강하준에게도 미안했고, 육지안에게도 미안했다.

그해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지우려고 했지만, 의사는 그녀의 체질이 특이해서 지우고 나면 다시는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자유와 맞바꿔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데려갔다.

어머니는 그녀가 창피하다며 아이를 자신과 육씨 아버지의 딸로 올렸고, 그래서 아이는 줄곧 그녀를 언니라고 불렀다.

육한별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써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언니가 제일 맛있는 케이크 가게를 알거든, 30분 안에 꼭 우리 지안이가 먹을 수 있게 해줄게."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차를 몰아 케이크를 사러 갔다.

"초콜릿은 빼주시고, 헤이즐넛도 빼주세요. 무조건 동물성 생크림으로 해주시고, 딸기도 빼주세요."

그녀가 능숙하게 요구사항을 말하자, 나이 지긋한 제빵사가 뒤쪽 작업대 앞에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몇 년 전에 통통한 아가씨도 우리 가게에 자주 와서 케이크를 샀는데, 아가씨랑 똑같이 요구했어요. 남자친구가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던 가..."

육한별은 서서히 손을 꽉 쥐었고, 입가의 미소는 다소 씁쓸하고 억지스러웠다.

참 우연이게도, 그 통통했던 아가씨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육지안의 알레르기가 있는지 검사해 본 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해 강하준의 알레르기들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케이크는 금방 완성되었고, 한 상자에 네 조각이 들어 있었다.

육한별은 그것을 받아 들고 혼란스러운 생각을 거둔 채,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육지안이 기뻐하며 달려왔지만, 이내 겁먹은 듯 치맛자락을 꽉 쥐었다.

또래보다 훨씬 마르고 왜소한 체구에 코와 입은 강하준과 거의 붕어빵처럼 닮아 있었고, 오직 그 두 눈만이 그녀를 닮았다.

육한별은 잠시 멍해졌다가, 서둘러 쭈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아주고는 케이크를 건넸다. 아직 입을 떼기도 전에 거실에서 어머니 유옥매의 차가운 콧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끝도 없이 이뻐해주는 구나. 먹고 싶다는 건 다 사주고, 네가 진짜 육씨 가문의 아가씨라도 되는 줄 알아?"

육지안의 작은 몸이 가늘게 떨렸다.

육한별의 눈빛에 억눌린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엄마, 지안이가 먹고 쓰는 건 다 제가 번 돈이에요. 엄마가 상관하실 일 아니에요."

유옥매는 혐오스럽다는 듯 힐끗 쳐다보았다.

"그렇게 잘났으면 미경이한테 부탁하지도 말았어야지? 네가 육씨 가문을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고 무슨 큰 공신이라도 된 줄 알고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려나 본데, 얌전히 가서 복원 수술이나 받고 미경이 대신 진씨 가문에 시집가. 안 그러면, 흥."

어쩌면 하늘마저 그해 그녀가 강하준에게 너무 잔인했던 것을 원망하여, 진심으로 그녀가 편안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육지안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희귀 혈액병 진단을 받았고,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찾기 전까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의료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반년 전의 한 사고로 육미경의 골수가 놀랍게도 육지안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한별은 완전히 날개가 꺾인 채, 처녀막 복원 수술을 받고 처녀성에 집착하는 변태적인 성벽을 가진 진씨 가문의 도련님 진기명에게 육미경을 대신해 시집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들였다.

육지안은 이런 분위기에 이미 익숙해진 것이 분명했다. 조그마한 몸을 제자리에 웅크린 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육한별은 자신의 심장이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것처럼 몹시 아프게 느껴졌다. 그녀는 아이 앞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육지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안아 착하지, 방에 가서 먹어."

육지안은 그제야 철이 든 모습으로 조각 케이크를 안고 자리를 떠났다.

딸이 떠나자 육한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돌연 앞으로 나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유옥매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빛은 음산하고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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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6장

  1. 1장제1화 제1장 한별아, 넌 물로 만들었어
  2. 2장제2화 너 설마 아직도 날 못 잊은 건 아니지
  3. 3장제3화 그와 똑같은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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