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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어딘가 익숙한데
서지윤은 상대방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통화를 끊어 버렸다.
어차피 아무 힘도 없는 무능한 남자일 뿐이다.
그녀와 결혼만 하지 않으면, 강경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서지윤이 진짜 상대해야 할 사람은 서예은이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서예은은 지금 그녀의 미백 특허를 가지고 글로벌 대기업인 박씨 그룹과 SSS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특허를 이용해 성공한 뒤, 서씨 그룹의 자원을 빼앗으려 한다고?'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서지윤은 비웃듯이 입 꼬리를 올리고 옷을 입은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어젯밤, 너무 무리했나 보다...'
잠시 몸을 가다듬은 서지윤은 곧바로 집에 돌아가 특허증을 챙긴 뒤, 박씨 그룹으로 향했다.
회의실.
양측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고, 마지막 서명만을 남겨둔 참이었다.
그때, 회의실 문이 활짝 열렸다.
빨간색 원피스를 우아하게 차려 입고 눈부신 미모를 뽐내는 서지윤이 회의실에 나타났다.
순간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예은은 질투심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에 내색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니, 여긴 어떻게 왔어?"
서지윤은 그런 서예은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상석에 앉은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남자는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아 있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로 서지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왠지 모르게 서지윤은 남자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상대방은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재벌이니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가방에서 특허증을 꺼내 남자의 앞에 놓았다.
"계약 대상을 바꾸는 건 어떠세요?"
"특허 소유자인 제가 있는 서씨 그룹과 계약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서예은을 경멸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뷰티 업계의 신예라고 자부하는 어린 소녀가, 남의 특허를 도용한 범죄자라고?'
서예은은 서지윤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특허를 도용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지윤은 그동안 내가 특허를 도용한 사실을 묵인해왔는데, 오늘은 왜 갑자기 회의실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걸까?'
그러나 멍청한 서지윤을 상대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서예은은 서지윤의 손을 잡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엄마 아빠가 와서 날 도와주라고 했어? 걱정하지 마. 내가 계약 조항을 꼼꼼히 살펴보고, 언니의 특허를 절대 망치지 않을게."
그녀의 말은 일석이조였다.
두 사람이 자매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특허 소유자가 직접 특허를 제공했으니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서지윤은 그런 서예은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비웃듯이 쳐다봤다.
"내가 언제 내 특허를 사용하라고 허락했어?"
서예은은 서지윤이 조금도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은 예상하지 못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서예은이 말문이 막힌 사이, 서지윤은 가방에서 증명서를 꺼내 박서준의 앞에 놓았다.
"박 사장님은 모르겠지만, 예은 뷰티의 모든 제품 특허권은 제 손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은 뷰티에게 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서지윤의 말은 예은 뷰티의 모든 제품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뜻일까?'
충격적인 말에 회의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서예은은 완전히 당황했고, 자매애를 연기할 겨를도 없이 서지윤에게 달려가 특허증을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서지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남자의 차가운 눈빛에 제지 당하고 말았다.
박서준이 어떤 사람인가?
그가 기침 한 번 하면 국내외 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서예은은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어서 눈 뜨고 박서준이 특허증을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허증을 확인할수록, 그의 눈빛에 담긴 흥미로움은 더욱 짙어졌다.
'흠. 한약 때문에 실수로 잠자리를 함께 한 여자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네.'
어젯밤, 그녀는 꽤나 거칠었다.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있던 고서준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몸을 똑바로 세우자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순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젯밤, 자신을 거칠게 안았던 남자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서지윤은 비현실적인 환상을 거두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뒤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 사장님은 오늘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서지윤은 본래 피부 관리 분야에서 천재적인 연구원이었고, 전생에 대박을 터뜨린 제품을 접촉한 적이 있었다.
이 분야에서 그녀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지윤은 원래도 밝고 환한 얼굴에 거침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모습은 야생의 들꽃처럼 거칠고 자유로우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박서준은 목울대를 움직이며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하겠습니다."
나중에 계약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결정한 후, 서지윤은 서예은의 질투 어린 눈빛을 받으며 회의실을 나섰다.
그녀는 서지윤이 오늘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박씨 그룹과의 계약은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만약 계약을 놓친다면, 서씨 그룹의 자원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챕터 목록
총 19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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