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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첫 만남은 침대 위에서

소하영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욱이 하룻밤을 함께 보낸 상대는 결혼 3년 동안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남편이었다.

고요한 방 안에는 야릇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소하영은 바닥에 떨어진 남자의 양복 주머니에서 미끄러져 나온 명함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숨이 멎는 듯했고, 머릿속이 순간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명함에는 '고씨 그룹 대표 고민준'이라고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북주 상업계의 거물이자 항성 재벌의 수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고씨 성은 대대로 이어지는 세습 귀족으로, 고씨 가문의 혈통이 아니면 아무도 사용할 자격이 없었다.

정말 그 사람이었다!

결혼 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바로 침대 위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조용히 누워있는 남자의 가슴에는 몇 개의 손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오뚝한 콧날, 아름다운 입술은 마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미남 같았다.

완벽에 가까운 얼굴은 소문 속 추악한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소문에는 그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폭력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타고난 고귀한 기품이 느껴졌다.

역시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었다.

이불을 꽉 움켜쥔 소하영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격한 긴장감이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쳤고, 마음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3년 전, 서류만 보내 혼인신고를 마쳤다. 후에 결혼 증명서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대충 훑어봤을 뿐 남자의 사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고 어르신의 사람들이 와서 바로 가져가 버렸다.

고씨 가문에서 정한 3년의 혼인 기간이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소하영은 자유를 되찾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3년 동안 남편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는 그 역시 이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고 어르신의 강요로 결혼을 했을 뿐, 기간이 만료되면 두 사람은 순조롭게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젯밤 일을 떠올린 그녀는 가볍게 이마를 치며 후회했다. '어떻게 이 중요한 시기에 그 사람과 하룻밤을 보냈을까?'

송하영은 상대가 어젯밤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 소하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를 주워 입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고개를 숙이고 호텔 문을 나설 때, 절친 나채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영아, 오늘 아침에 스튜디오에서 회의하기로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야?"

소하영은 아버지의 총명한 머리와 디자인 재능을 물려받아 월반으로 석사 학위를 마치고 여러 보석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녀는 소씨 그룹의 부사장이자 보석 디자인 스튜디오의 사장이기도 했다. 스튜디오는 지난 2년 동안 업계의 본보기가 되었고, 높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소하영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늘 신제품에 대한 회의를 열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회의에 참석할 기분이 아니었다.

소하영은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고 전화를 받았다. "채원아, 나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회의를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아."

택시에 올라탄 그녀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가든 아파트로 가주세요."

소하영은 어젯밤 소씨 그룹 연회에서 술 두 잔을 마시고 취한 모습을 떠올렸다. 호텔 방에서 쉬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방 번호를 찾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고민준과 부딪혔고, 무의식적으로 그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사실 그녀는 술에 약한 타입이 아니었고 도수가 낮은 술 몇 잔은 문제없었다. 그런데 어젯밤 소윤희가 그녀의 술잔을 엎더니 금세 새 잔을 건네왔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 술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때, 소영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소하영, 당장 집으로 돌아와!"

방 안에서 잠들어 있던 남자가 천천히 눈을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그의 탄탄한 몸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며 선명한 복근이 드러났다.

고민준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지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방 안을 둘러봤다. 이내 침대에서 내려온 그는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허리에 둘렀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방 안에는 여자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은 그가 문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열리더니 비서인 철남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고민준이 차분한 어조로 짧게 물었다. "여기서 나가는 여자를 봤어?"

철남은 고개를 저으며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고민준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더니 바닥에 떨어진 옥패를 주워 들었다. 옥패 아래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 옥패는 어젯밤 그 여자가 남기고 간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고민준은 옥패를 손에 쥐고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회식에서 친구의 술을 잘못 마신 그는 술에 약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잠시 호텔 방에서 몸을 식히려고 했지만, 복도에서 우연히 한 여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몸이 닿는 순간, 강렬한 욕망이 그의 몸을 집어삼키려 했다.

고민준은 여자의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두 사람은 그가 이미 예약해 둔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남녀가 한 방에 단둘이 있으니, 불꽃이 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민준은 어젯밤 여자가 자신의 몸 아래에서 느꼈을 수줍음과 억울함을 떠올렸다.

어쨌든 그녀가 자신을 도와줬으니, 어떻게든 그녀를 찾아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준은 손에 쥔 옥패를 철남에게 건네며 차갑게 명령했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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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74장

  1. 1장제1화 첫 만남은 침대 위에서
  2. 2장제2화 물건을 두고 오다
  3. 3장제3화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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