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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다
소하영은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퇴실하지 않았다고?'
그녀는 빠르게 테이블로 다가가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척했다.
그때, 우람한 체구의 남자가 부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강렬한 기세가 그녀를 압도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청소하러 온 겁니까?"
소하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뒤돌아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 셔츠를 입은 고민준의 옷 아래로 근육이 언뜻언뜻 보였고, 잘생긴 얼굴은 차갑게 굳어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위엄을 내뿜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소하영에게 고정되자 차가운 밤하늘처럼 싸늘한 눈빛이 그녀를 꿰뚫는 것 같았다.
소하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속은 이미 혼란 그 자체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설마 나를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고민준은 그녀를 흘깃 쳐다보더니 소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어젯밤에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
소파에 앉은 고민준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손에 든 기획안을 부하에게 던졌다. "다시 만들어 와. 다음에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서 쫓겨날 줄 알아."
"네, 대표님."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 맺힌 부하는 떨리는 손으로 기획안을 받아 들고 재빨리 방을 나섰다.
테이블 옆에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하영은 고민준의 성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고민준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물 한 잔 가져와."
방에 두 사람만 남았으니, 고민준이 그녀를 부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소하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컵에 물을 따르며 옥패를 고민준이 주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물컵을 들고 고민준에게 다가갈 때, 갑자기 발을 헛디뎌 컵에 담긴 물을 고민준의 몸에 쏟고 말았다.
셔츠가 젖은 고민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막 입을 열려 할 때, 소하영이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작은 손으로 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소하영은 그의 젖은 셔츠를 털어주며 빠르게 그의 몸을 더듬었다. 그러다 단단한 복근에 손이 닿는 순간, 그녀의 손목이 세게 잡혔다.
고민준이 그녀를 앞으로 잡아당기자 소하영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다음 순간, 큰 손이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고민준의 눈동자가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굳어졌다. "내 방에 들어와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소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그의 손에 목이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의 거친 행동에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고민준은 그제야 그녀를 밀쳐냈다.
소하영은 뒤로 물러나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엉덩이를 강하게 부딪히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소하영의 신음 소리를 들은 고민준은 그녀를 흘깃 쳐다봤다. 왠지 어젯밤 그 여자의 신음 소리와 비슷한 것 같았다.
어젯밤 방에 불을 켜지 않아 그는 여자의 가녀린 몸매와 부드러운 피부만 기억하고 있었고, 신음 소리도 교태가 넘쳤다.
소하영은 목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청소하러 왔을 뿐입니다."
고민준이 막 입을 열려 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철남이 방으로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 "고 대표님, 대표님께서 찾으시는 분이 도착했습니다."
고민준은 소하영을 흘깃 쳐다보고 문 밖에 있는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
곧바로 철남이 청순한 외모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소하영은 한쪽 구석에 서서 여자를 흘깃 쳐다봤다. 여자는 수줍은 얼굴로 고민준을 쳐다봤고, 목덜미에는 애매한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마치 사랑을 나눈 후의 여인 같았다.
고민준이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인 것 같았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그와 같은 남자의 곁에는 여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소하영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준의 곁에 여자가 끊이지 않으니, 어젯밤 일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방으로 들어오자 고민준은 소하영을 더욱 차갑게 쳐다봤다. 그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 달라붙어 신분 상승을 노리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고민준은 철남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여자를 당장 쫓아내."
소하영은 철남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문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나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민준이 마음을 바꿀까 두려워 빠르게 방을 나섰다.
고민준의 몸에서 옥패를 찾지 못했으니, 옥패를 잃어버렸을 만한 곳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했다.
한편으로 소하영은 바람둥이인 고민준과 하루 빨리 파혼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챕터 목록
총 37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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