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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협력 파기
박윤호와 함께 연회장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던 우나희는 다음 날 일찍 연회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윤씨 가문 사람을 직접 찾아가, 전에 논의했던 협력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나희는 옆에서 누군가 흥분한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문 하나 알려줄게요. 박씨 가문의 실세인 박진혁이 혼사 때문에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대요!"
"저도 들었어요. 박 어르신의 병세가 위중해지자 박 노부인이 정략결혼을 시키려고 억지로 불러들인 모양이에요."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끼어들었다. "업계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으로는, 그 사람이 건강 문제로 일찍 노쇠해서 아직 마흔도 안 됐는데 노인네처럼 흉측하게 생겼다던데요. 이 박씨 가문의 실세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그 말을 들은 우나희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녀도 그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박진혁은 18살 때 자신만의 상업 제국을 세웠고 세계 최연소 갑부가 되었다.
하지만 상류층 사교계에서조차 그는 단 한 번도 진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같은 해에 그는 겨우 다섯 살이었던 박윤호를 입양하기도 했다.
소문에 따르면 박진혁은 수단이 과감하고 가차 없으며 성격 또한 냉혹하고 괴팍한 데다 극도로 심각한 결벽증과 여성 혐오증까지 있어서 지난 30여 년 동안 곁에 여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들 절대 모르는 일이 하나 더 있어요! 박 어르신이 이번에 위독해지면서, 해외로 쫓겨났던 그 사생아, 그러니까 박진혁의 이복동생도 돌아온대요."
"그 사생아가 돌아오는 건, 십중팔구 박씨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오는 거겠죠!"
우나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박씨 가문에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길 것 같았다.
이때, 윤씨 가문의 비서가 우나희를 찾아왔다. "우나희 씨, 윤성빈 씨께서 협력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위층 휴게실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나희는 대답한 뒤 비서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윤성빈은 그녀를 보자 미소를 지었다. "우나희 씨, 지난번 프로젝트는 덕분에 잘 마무리됐습니다."
윤성빈은 우나희를 옆 소파로 안내한 다음 술잔을 건넸다. "우나희 씨가 연구 데이터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약품 효과가 이렇게 좋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국내의 저명한 의학 교수들과 견줄 만하다니, 박윤호가 정말 부럽군요."
윤성빈의 농담을 들으면서도 우나희는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건 약속했던, 윤씨 제약과 박씨 그룹의 향후 5년간 전략적 협력 계약서입니다." 윤성빈은 탁자 위의 계약서를 우나희 쪽으로 밀어주었다.
우나희는 눈을 내리깐 채 계약서 위에 손을 얹었다가, 이내 다시 윤성빈 쪽으로 밀어냈다.
"죄송합니다, 윤성빈 씨. 이 계약서는 서명할 수 없습니다." 우나희가 말했다.
그 말에 윤성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습니까?"
우나희는 고개를 저으며 윤성빈을 바라보고 말했다. "저는 박씨 그룹을 떠날 생각입니다. 더 이상 박윤호를 위해 일하지 않을 겁니다."
어제 박윤호의 약혼 소식이 온 세상에 도배되다시피 했고, 오늘 우나희의 상태까지 보니 윤성빈도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윤성빈은 손가락 끝으로 소파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우리 사이의 협력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보죠."
우나희는 흠칫 놀라며 윤성빈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나희가 멍해진 것을 보고 윤성빈이 말을 이었다. "제가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나희 씨가 없었다면 윤씨 제약은 박씨 그룹과 협력을 확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박씨 그룹의 전문 분야는 의료 쪽이 아니니까요."
우나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분간은 새 회사에 입사할 생각이 없습니다. 마지막 1년 남은 인턴 기간 동안은 의약 연구를 하고 싶어요."
우나희가 자신이 내민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예상한 윤성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나희 씨,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십시오. 저희 윤씨 제약의 문은 언제나 우나희 씨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우나희는 윤성빈의 말에 조금 감동하여 그를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성빈 씨."
윤성빈은 술잔을 들어 우나희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박윤호를 떠나 앞날에 꽃길만 가득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우나희는 손에 쥔 잔을 제대로 잡지 못해, 술의 절반 이상을 자신의 치마에 쏟고 말았다!
우나희는 황급히 휴지 두 장을 뽑아 치마를 닦아냈다.
윤성빈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옆방에 여벌의 옷이 있으니 비서와 함께 가서 갈아입고 오시죠."
"아닙니다. 저 혼자 다녀올게요. 감사합니다, 윤성빈 씨."
우나희는 휴게실에서 나와 좌우 양쪽에 있는 방을 번갈아 보았다.
왼쪽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본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곧장 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목을 잡아끄는 강한 힘에 이끌려 그녀는 앞으로 비틀거렸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우나희가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누군가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다시 뒤로 당겼다!
"살려..."
살려달라는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우나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챕터 목록
총 9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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