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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죄책감

혼란스러웠지만 정오연은 순순히 그들을 따라 병원장실로 향했다.

강도윤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똑바로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의 얇은 입술에 창백함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병원 안을 가득 채운 강한 살균제의 톡 쏘는 냄새가 그의 몸에서 퍼지고 있는 피 냄새를 가리웠다.

새까만 옷을 입은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강인한 기운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눈빛 하나만 봐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민수는 강도윤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젯밤의 모든 감시 영상은 고의적으로 조작된 것 같은데, 아마도 그 공격자들이 그랬을 겁니다. 범인들이 흔적을 지우고 증거를 없애 버렸습니다. 어젯밤 당직 의사였던 정오연 의사입니다. 기록을 확인해봤고, 그 시간 이 분이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강도윤은 정오연을 올려다보았다.

정오연은 충격을 받았다. 소파에 앉은 남자는 다름 아닌 천구 그룹 CEO였다.

"어젯밤에 저를 도와주신 분이 맞나요?" 강도윤이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정오연은 즉시 시선을 피하며 감히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네, 그게... 저였어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강도윤의 호의를 얻는다면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연한 일치로, 군사 중앙병원은 인턴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비록 인턴이라고 하지만, 선출된 사람은 공식적으로 그들의 주치의로 남게 될 것이다.

그곳의 시설은 이 병원보다 훨씬 더 좋았다.

정오연이 강도윤처럼 강력한 권세를 지닌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분명히 인턴에 선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 줄게요, 물론 결혼까지도." 강도윤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어젯밤 일을 생각하자 차갑던 얼굴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뭐 라고요? 결혼? 어... 나는..." 정오연은 갑작스런 파격 제안에 당황하여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결정되시면 연락 주세요." 그후 강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병원장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제안했다. "사장님, 제가 모실게요."

강도윤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차가운 태도로 돌아갔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방금 그분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사장님." 병원장이 순종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 한 후 비서가 강도윤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사장님은 이미 결혼하셨습니다. 어떻게 정오연 씨에게 결혼을 승낙할 수 있어요?"

강제로 결혼하게 된 여자를 생각하자 강도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죽고 싶어?"

비서는 즉시 침묵을 지켰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강도윤이 결혼한 여자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청부살인업자를 보낸 사람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퇴근 후 송가은은 별장으로 돌아갔다.

송가은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하녀 오숙분이 다가와 물었다. "어젯밤에 어디 계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송가은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료 대신 당직 근무를 했어요."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었고 피곤해 보였다.

오숙분은 송가은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 보고나서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 인사를 하고, 송가은이 방으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송가은은 곧장 화장실로 가서 목욕을 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어젯밤의 사건이 떠올랐고 얼굴이 갑자기 목욕물만큼 뜨거워졌다.

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순결을 빼앗긴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기혼이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욕조에서 나온 그녀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송가은이 나가려는 것을 본 오숙분이 다가와 말했다. "이렇게 빨리 또 나가시려고요? 아침이라도 먹어야죠."

송가은은 시계를 흘끗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시간이 없어요."

오숙분은 송가은이 의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직업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송가은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 "출근하기 전에 이거라도 마셔요."

오숙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감동 받은 송가은은 우유 잔을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오숙분은 통통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매우 친절한 표정을 지었다.

우유를 다 마신 송가은은 오숙분에게 잔을 다시 건네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출근하지 않았다. 입원 병동에 가기 위해 일찍 나선 것이었다.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셨기 때문이다.

병동에 들어간 후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어머니는 심부전을 앓고 있었으며 현재 위독한 상태였다. 유일한 해결책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심장 이식 수술 뿐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요구로 강씨 가문과 결혼했다. 아버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머니의 수술비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었다.

적합한 심장 기증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낮고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맹세코 내가 엄마를 살릴 게."

한 방울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가은아!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 수화기 너머에서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의 선배인 심자언이었다. 같은 의대를 졸업했고, 그는 그녀보다 2년 선배였다.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고 지금은 매우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는 항상 그녀를 잘 챙겨줬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둘은 꽤 가까웠다.

"어떤 부탁이에요?" 송가은이 물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급한 일 때문에 제시간에 못 갈 것 같거든. 나 대신 환자를 돌 봐줄 수 있어?"

송가은은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후에 두 건의 수술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오전에는 비교적 한가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동의했다.

"주소를 보냈어. 이민수 씨를 찾으러 왔다고만 말하면 경비원이 문 열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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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09장

  1. 1장제1화 반항
  2. 2장제2화 죄책감
  3. 3장제3화 의문의 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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