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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가르쳐 줄까
배지혁은 입 꼬리를 비스듬히 올리고 물었다. "거래? 무슨 거래?"
"억지로 맺어진 관계는 오래가지 못해. 게다가 넌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 박한별은 배지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1년 뒤에 내가 알아서 방법을 찾아, 이혼해 줄게."
배지혁이 대답을 하지 않자, 박한별은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네가 다른 여자와 붙어 다녀도, 절대 상관하지 않을게!"
배지혁은 소문 난 바람둥이였다. 때문에 그녀는 그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 들일 거라 생각했다.
사실 박한별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눈 앞에 닥친 위기로부터 자신을 잘 보호해야 했다.
배지혁은 말 없이 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조롱 어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정략결혼을 했어. 네가 무슨 수로 이혼한다는 거지?"
"나한테 방법이 있어. 하지만 너는 절대 나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해. 그러면 내가 반드시 이 결혼을 끝낼게!" 박한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지혁은 피식 웃더니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만약 1년 뒤에도 이혼을 하지 못하면?"
박한별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는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1년, 어머니를 찾는데 1년이면 충분할 것이다.
배지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들어보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네."
"난 내가 한 말을 반드시 지켜." 박한별은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도 약속을 지키길 바래."
"좋아. 동의하지." 배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 주길 바래. 배 사모님."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박한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배지혁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 전에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눕웠다.
그녀가 침대에 눕자마자 욕실 문이 열리더니, 배지혁이 헐렁한 가운을 걸치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아직도 안 자고 뭐해, 설마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배지혁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박한별은 얼른 이불로 몸을 꽁꽁 감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침대가 움푹 꺼져 들어갔고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그녀의 당황한 눈동자에 비쳤다.
이어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침범했다.
박한별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녀가 배지혁에게 거래 규칙을 잊지 말라고 귀띔하려던 그때, 그가 그녀의 옆자리에 누웠다.
딱히 선 넘는 행동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배지혁은 놀리듯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긴장하지 마, 배 사모님." 박한별은 어이가 없었다. '이미 다른 여자랑 실컷 즐기고 왔으니 날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박한별은 마음이 불안했다.
배지혁은 방탕하고 자유분방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박한별은 감히 경계를 풀지 못했고 새벽이 되어서야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곯아 떨어졌다.
그렇게 신혼 첫날밤이 지나가고, 그 뒤로 배지혁은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박한별은 홀로 있는 시간이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녀는 두 사람의 거래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집에서 자료를 정리하며 배씨 그룹의 현재 권력 분포 현황을 연구했다.
현재 배씨 그룹의 최고 권력은 아직 배 어르신이 쥐고 있었다.
박한별은 집안 하인들에게서 배 어르신이 매주 한 번씩 집에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그 소식을 들은 다음 날, 배 어르신이 집에 찾아왔다.
자기 객관화가 잘 돼 있는 박한별은 자신은 그저 배씨 가문의 별 존재감이 없는 며느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배씨 어르신을 상대함에 있어서 그녀는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그녀는 어르신에게 찻잔을 건네며 공손하게 물었다. "할아버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혁이가 요즘 자주 집을 비운다면서?"
배 어르신은 그녀가 건네는 찻잔을 받기는커녕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박한별은 거짓말로 넘기려 했지만, 배 어르신은 단번에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지혁이한테 전화해서 당장 집으로 오라고 해!" 배 어르신이 명령했다.
박한별은 어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때, 배 어르신이 한 마디 덧붙였다. "스피커폰으로 해."
통화가 연결되었다. 박한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배지혁의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해."
박한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야? 빨리 돌아 와."
배지혁은 천천히 말했다. "어쭈, 날 감시하는 거야? 박한별, 너 선 넘었어."
"배 도련님... 얼른 전화를 끊으세요. 제가 술을 먹여드릴게요~"
전화기 너머에서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 어르신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박한별은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배지혁이 제멋대로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녀는 어색하게 배 어르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혁 씨가 지금 바쁜 것 같아요..."
"바빠? 다른 여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바쁘겠지!" 배 어르신은 화가 난 얼굴로 박한별을 흘겨봤다.
비난의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박한별의 억울한 표정을 본 어르신은 결국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지혁이가 철이 없는 만큼 네가 더 잘해야 해. 빨리 아이를 낳아. 남자는 아이가 생기면 꼬박꼬박 집에 들어 오는 법이야."
"네, 알겠어요." 박한별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알아서 낳든지 말든지, 아무튼 난 절대 낳지 않을 거야!'
"만약 나중에도 지혁이가 계속 집을 비우면 나한테 말해!" 박한별이 얌전히 대답하는 것을 본 배 어르신은 그녀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한별이 배 어르신을 배웅해 드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지혁이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돌아왔다.
배지혁을 본 박한별은 속으로 투덜댔다. '이 자식, 정말 배 어르신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도련님을 씻겨 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줘." 그녀는 하인에게 지시했다.
하인이 배지혁을 터치하기도 전에, 그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소리쳤다. "꺼져!"
그러자 하인은 즉시 허겁지겁 방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본 박한별은 자기한테 불똥이 튈까 두려워 자리를 피하려 했다.
"너는 남아." 배지혁은 박한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왜?" 박한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편이 술 취해 집에 돌아 왔는데, 아내라는 사람이 멀뚱멀뚱 보고만 있을 거야?"
박한별의 태연한 표정을 본 배지혁은 그녀를 놀리고 싶었다.
박한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 시중을 들어 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
"아니면? 그건 네 의무야, 배 사모님." 배지혁은 마지막 네 글자에 힘을 주었다.
박한별은 그를 흘겨보며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참나, 바라는 것도 많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와 정락결혼 한 거였다.
만약 그녀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박한별의 머릿속에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 순간,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았다.
'나와 그 남자는 미래가 없어.'
박한별이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자 배지혁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박한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뭐 하는 거야?"
"배 사모님, 남편 시중을 드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가르쳐 줄까?"
손목이 잡힌 박한별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대다가, 배지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너무 사나웠고, 마치 짐승마냥 그녀를 향해 덮쳐왔다.
다음 순간, 박한별은 반항할 틈도 없이 그의 몸 아래에 깔리고 말았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밀착된 몸 사이로 야릇한 분위기가 흘러 나왔다.
배지혁은 그저 박한별을 놀리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술에 취한 탓일까? 그의 마음속에 야릇한 욕망이 차올랐다.
강압적으로 나오는 남자의 '언행일치'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 마!" 그녀는 급히 배지혁의 손을 잡더니 그를 노려봤다. "배지혁! 우리 거래를 잊지 마. 약속을 어길 셈이야?"
"거래란 양측에서 인정해야만 성립되는 거야."
배지혁은 박한별의 저항을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에 고정시킨 다음, 다른 손으로 그녀의 옷 단추를 풀었다.
"나 지금, 결정을 번복할거야."
챕터 목록
총 20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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